이동우 대한노인정신의학회 부이사장 (인제대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치매는 각종 조사에서 어르신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 1위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노인 인구의 9.9%에 해당하는 69만 명이 치매 환자로 추산된다.
치매가 두려움의 대상인 이유는 인지 기능을 침범함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위협하고, 긴 투병 기간 환자는 물론이고 가족들에게도 큰 고통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적 공약인 치매국가책임제는 이런 환자와 가족의 두려움을 덜어줄 거란 기대를 받아왔다.
치매 중 10∼15%는 조기 발견해 치료하면 완치가 가능한 ‘가역성(되돌릴 수 있는) 치매’다. 나머지도 약물치료를 비롯해 적절한 치료 관리로 그 경과를 늦출 수 있다. 그동안 3차에 걸친 국가치매관리계획에서 추구한 것도 치매에 대한 조기 개입과 지속적인 치료 관리를 촉진함으로써 치매로 인한 개인의 고통과 가족의 부양 부담을 경감시키는 데 있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그동안 국가 차원의 치매 대책에는 몇 가지 사각지대가 존재했다. 첫째, 치매 관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치매지원센터가 서울을 비롯한 일부 대도시 지역에 편중돼 지역 격차 없는 보편적인 조기 치료가 이뤄지지 않았다. 둘째, 치매 중기 이후의 정신이상 행동 증상으로 입원이 필요한 환자들이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한 요양병원의 대처 능력이 부족해 적절한 치료가 제공되지 못했다. 셋째, 치매 진행에 따라 인지기능 저하, 정신이상 행동, 일상생활 장애 등 복합적인 서비스 요구가 발생한 경우 환자와 가족들의 부담이 급상승했다.
이번 치매국가책임제가 본격 시행되면 치매안심센터의 전국 확산을 통해 치매 관리의 지역 격차를 줄이고 국민이면 누구나 치매 조기 발견과 투병 기간 내내 맞춤형 사례 관리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치매 중기 이후 심한 정신이상 행동을 보여도 치료해줄 병원을 찾아 난민처럼 떠도는 일 없이 치매안심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일각에선 치매국가책임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새 제도 시행으로 인한 비용 부담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비용 부담은 극복해야 할 난관일 수는 있어도 치매국가책임제의 시행을 머뭇거려야 할 이유가 될 수 없다. 비용 부담을 두려워해 체계적인 관리를 포기한다면 중증 환자가 늘어 결과적으로 더 큰 사회적 비용을 부담해야 할 것이다.
치매국가책임제 도입 초기에 이런 인력 양성교육이 속도감 있게 진행되려면 교육 과정에 민간이 대대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치료관리 과정 전반에도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만큼 치매안심센터 운영은 지역 상황에 따라 정부 직영과 위탁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게 좋겠다. 민간 병원 및 시설이 치매안심병원 또는 치매안심형 시설로 참여할 수 있는 길도 열어줘야 한다.
민간의 전문성, 역동성, 유연성과 국가의 공공성, 안정성, 일관성이 변증법적으로 합일될 때 치매국가책임제가 성공의 길로 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