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어’ 국내 판권 가진 ‘파파’… 뮤지컬 제작사에 20억대 팔기로 업계 “연극계 위기 보여주는 사건”
1998년 초연 이후 총 3만5000회 공연된 연극 ‘라이어’의 20주년 스페셜 공연. 대학로 대표 스테디셀러 작품인 라이어의 국내 판권이 이달 말 뮤지컬 제작회사 EMK에 팔릴 예정이다. 동아일보DB
뮤지컬 ‘엘리자벳’ ‘레베카’ ‘마타하리’를 제작한 EMK 엄홍현 대표는 1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라이어의 국내 판권을 가진 파파프로덕션의 이현규 대표로부터 8개월 전 판권판매 계약 제안을 받고 현재 구두 합의한 상태”라고 밝혔다. 판권료는 20억 원대다. 엄 대표는 “해외 오리지널 제작사 측으로부터 라이선스 계약을 넘겨받는 9월 말 최종 계약서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불황에 허덕여 온 대학로 연극계는 관객 유인책으로 과도한 가격 할인 경쟁을 벌이며 티켓을 덤핑 판매해 왔다. 엄 대표는 “EMK가 연극 라이어를 제작하게 되면 공연을 업그레이드하려고 노력한 뒤 현재 1만∼1만5000원대인 티켓 가격을 정상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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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관계자들은 대학로 제작자들의 연쇄 부도 및 자살 사태에 이어 대학로 대표 킬러 콘텐츠인 ‘라이어’의 판권이 팔린다는 소식에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라이어’의 제작사인 파파프로덕션은 한때 대학로의 ‘현금 인출기’로 불릴 만큼 탄탄한 현금 회전력을 자랑해 왔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같은 ‘라이어’의 흥행 덕분이었다. 한때 라이어는 시리즈 1∼3편이 대학로를 중심으로 서울에서만 5개 전용 공연장에서 공연되며 누적 관객 200만 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올해 국내 공연 20주년을 맞아 ‘스페셜 라이어’란 제목으로 대학로는 물론이고 전국 8개 지역에서 공연 중이다.
파파프로덕션이 라이어 국내 판권을 뮤지컬 제작사에 넘긴 것은 30억∼40억 원대 규모의 부채 탓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기 위해 카페 운영 등 비전문 분야에 투자하면서 입은 손실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의 한 공연 관계자는 “세월호 사건, 메르스 파동, 탄핵 및 촛불정국 등 관객들의 극장행을 막는 대형 악재가 수년간 계속되고 있다”며 “대학로 제작사들 사이에서 그나마 파파프로덕션은 판권을 팔 수 있는 콘텐츠가 있어 부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최진 대표 자살 이후 대학로는 집단적 우울증에 걸린 듯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