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는 여당 간사인 홍익표 의원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전원 퇴장한 가운데 채택됐다. 여야 합의로 부적격 의견의 보고서가 채택되는 모양새를 피하기 위함이었지만 여당이 사실상 보고서 채택을 묵인한 셈이다.
박 후보자의 결정적 부적격 사유는 정직성과 소신 부족이다. 보고서에는 “건국과 경제성장을 둘러싼 역사관 논란, 신앙과 과학 간 논란 등에 대해 양립할 수 없는 입장을 모두 취하는 모순을 노정하는 등 국무위원으로서 정직성과 소신이 부족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성경적 창조론으로 무장한 신자의 다양한 분야 진출을 주장하는 등 업무 수행에 있어 종교적 중립성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우려도 있었다.
‘적격’ 의견 병기 없이 사실상 여야 합의로 ‘부적격’ 의견만 담은 보고서 채택은 이례적이다.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2003년 국회 정보위가 고영구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하면서 이념 편향을 문제 삼아 여야 공동으로 부적격 의견의 청문 보고서를 채택한 일이 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까지 입장 정리를 위한 보고서 채택 연기를 두 차례 요구했다. 박 후보자의 자진 사퇴 결정을 기다리는 한편 청와대와 의견을 조율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보고서 채택 전까지 박 후보자의 결단도, 청와대의 지명철회 결정도 없자 공은 다시 청와대로 넘어갔다.
청와대는 시한폭탄을 떠안은 형국이 됐다. 여당의 부적격 입장 표명에도 박 후보자 임명을 강행한다면 당청 균열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청와대는 그동안 “문재인 정부가 곧 민주당 정부”라며 ‘당청 일치’를 강조해왔다.
야권의 거센 반발도 문제다. 당장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안 국회 통과 여부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내년도 예산안과 세법개정안, 민생법안 등 산적한 개혁 과제 통과도 불투명해질 것이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