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광수 前교수 자택서 숨진채 발견 1992년 ‘즐거운 사라’ 필화 이후 천재교수서 외설 작가로 낙인 해직→ 복직→ 휴직 과정서 우울증 친구 “죽고 싶다는 말 자주 했다” 현장엔 작년 9월 작성한 유언장
지난해 3월 신동아와의 인터뷰에 나선 마광수 전 연세대 교수. 5일 세상을 떠난 고인은 자유로운 상상과 표현을 실천하는데 두려움이 없던 작가였다. 하지만 그 앞서간 자유로움은 시대와의 불화를 낳았고 그를 비극으로 몰아넣었다. 동아일보DB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51분 마 전 교수가 자신의 아파트 베란다에서 숨져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경찰은 “같은 아파트 다른 층에 살며 왕래하던 누나가 오후 1시 35분경 발견하고 신고했다”고 밝혔다. 고인의 방 책상에는 A4 용지 한 장의 자필 유언장이 놓여 있었다. 지난해 9월 3일 작성된 것으로, 자신의 유산을 가족에게 남긴다는 내용이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날 고인의 누나는 “‘그동안 썼던 글들이 부질없다. 외롭다’는 말을 자주 했다”며 울먹였다. 고인의 고교 동창은 “평소 죽고 싶다는 말을 많이 했다”며 “5일 오전 통화한 뒤 낮 12시 반경 ‘만나러 와줄 수 있냐’고 다시 전화해 찾아가던 중이었다. 황망하다”고 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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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성적 욕망을 자유롭고 파격적으로 표현한 책을 잇달아 출간하면서 외설적인 작가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에세이집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시집 ‘가자! 장미여관으로’, 장편소설 ‘광마일기’는 대중적 인기를 얻었지만 논란도 함께 불러일으켰다.
장편소설 ‘즐거운 사라’(1991년)는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1992년 이 작품이 미풍양속을 해치는 외설이라는 이유로 강의 중에 제자들 앞에서 긴급 체포됐고,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돼 학교에서도 해임됐다. 1998년 사면을 받아 복직했지만 2000년 재임용 심사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자 휴직계를 냈다. 2003년 다시 복직했다 지난해 8월 정년퇴임한 고인은 우울증 증세로 약물 치료를 받아왔다. 그는 “이 땅에서 살아가기가 싫다. ‘즐거운 사라’를 쓴 것을 후회한다”며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다.
고인은 문학가로서 명예를 회복하겠다며 의욕을 보이기도 했다. 철학적 사유를 담은 소설 ‘미친 말의 수기’(2011년)와 불안하지만 아름다운 젊음을 그린 소설 ‘청춘’(2013년)을 출간했다.
그의 작품은 자주 논란에 휩싸였지만 자유로운 파격으로 가득했던 그의 강의실은 학생들로 북적였다. 매 학기 첫 강의마다 다양한 생각과 여러 경험을 해 보라는 의미에서 학생들에게 “자유가 너희를 진리케 하리라”고 당부했다. 연세대 교훈인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를 변형한 것. 하지만 그는 한 번 더 날아오르지 못한 채 자신의 시집 제목 ‘모든 것은 슬프게 간다’처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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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효림 aryssong@donga.com·김예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