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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치고 들어온 중국 모바일 게임, 다르니까 인정받는다

입력 | 2017-09-01 15:00:00


한 수 아래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중국 모바일 게임들이 한국 시장에 맹공을 퍼붓자 한국 게임사들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모바일 애드테크 기업 아이지에이웍스가 발표한 2017년 상반기 국내 중국 모바일게임 성적 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에 출시된 중국 모바일 게임 수는 전년 동기 대비 약 31% 증가했으며, 현재도 구글 플레이 최고 매출 상위 20위 내에 중국산 게임이 7종이나 자리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 게임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이유는 빠른 속도로 발전한 중국 게임의 퀄리티 때문이다. 과거에는 중국 게임이라고 하면 웹게임을 모바일에 옮겨 놓은 듯한 자동전투 중심의 뻔한 게임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이제는 다양성과 퀄리티 부분에서 한국 게임보다 훨씬 낫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 게임이 확률형 뽑기에 빠져 제자리 걸음을 하는 동안,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도전을 계속해온 중국 게임들은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을 만한 게임성을 갖추게 된 것이다.

소녀전선 이미지(출처=게임동아)


입소문만으로 엄청난 규모로 광고를 도배하고 있는 대형 게임사들을 제치고 매출 3위에 오른 소녀전선을 보면, 이 같은 변화를 바로 체감할 수 있다.

한국 게임들의 주수익 모델인 캐릭터 뽑기는 게임 내 재화로 할 수 있고, 과금 유도를 위한 경쟁 모드도 없으니, 기존 한국 게임 기준에서는 매출이 발생할 곳이 없어 보이는 게임이지만, 확률형 뽑기로 도배를 하고, 돈을 더 쓰게 만들기 위해 경쟁심을 유발하는 여러가지 모드로 가득한 게임들보다 더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소녀전선의 이 같은 성공의 원인은 단순히 확률형 뽑기를 배제했기 때문이 아니라, 이용자들에게 돈을 쓰도록 강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 게임들은 뽑기에서 좋은 것을 뽑지 못하면 남들에게 뒤쳐지도록 게임 구조를 설계했다면, 소녀전선은 게임 밸런스에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한정판 스킨에 뽑기 시스템을 적용해 결제를 이용자들의 선택에 맡기고 있다.

또한, 낮은 등급의 캐릭터도 게임 플레이를 통해 최상위 등급의 캐릭터에 버금가는 능력치를 가질 수 있도록 성장시킬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에, 노리던 스킨이 뽑히지 않더라도, 획득한 스킨이 마음에 들면 그 캐릭터를 다시 키우도록 만들고 있다. 한국 게임의 확률형 뽑기는 이용자들이 원하는 것을 획득할 때까지 욕하면서 돈을 쓰게 만드는데 반해, 소녀전선의 뽑기는 굳이 돈을 쓰지 않아도 되고, 돈을 쓰더라도 손해봤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만든 것이다.

음양사(출처=게임동아)


음양사 역시 카카오에서 퍼블리싱을 하면서 엄청난 마케팅을 진행하긴 했지만, 게임성 자체만으로도 높게 평가받을수 있는 게임이다.

음양사가 활약하던 고대 일본의 분위기를 제대로 살린 그래픽은 중국 게임사가 만들었다는 것을 사전에 알고 있지 않으면 절대 중국 게임이라는 것을 인식할 수 없을 정도다. 중국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일본 세계관을 더욱 강조하기 위해 일부러 일본 최상급 성우들을 기용한 캐릭터 음성 더빙, 그리고 영화 화양연화의 음악 감독 우메바야시 시게루가 만든 게임 음악은 한편의 연극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국내 버전도 글로벌 버전의 강점을 이어가기 위해 국내 최상급 성우진을 기용해 캐릭터 음성 더빙을 진행해 호평을 받고 있다.

또한, 캐릭터 뽑기를 수익 구조로 채택하고 있긴 하나, 다양한 귀신들을 수집하고 육성해서 전략적인 전투 조합 구성하는 재미를 잘 살렸으며, 각각의 귀신들이 가진 사연들을 게임 플레이에서 경험하도록 만들어, 낮은 등급의 귀신들도 단순 소모품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하고 있다.

경쟁 보다는 다른 이들과의 협력을 강조한 게임 시스템 덕분에 RPG에 어려움을 느끼는 여성 게이머들도 부담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호평 받는 요인 중 하나다. 보통 모바일RPG는 남성 이용자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편이나, 음양사는 초보자를 배려한 협력 시스템 덕분에 이용자의 절반이 여성이라고 한다.

권력:the rulers(출처=게임동아)


출시하자마자 무서운 기세로 순위를 끌어올리고 있는 이펀컴퍼니의 권력은 중국 모바일 MMORPG 개발력이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게임이다.

권력은 작년 초 최대 1000명이 참여할 수 있는 국가전으로 주목을 받았던 천명을 개발한 로옹엔터테인먼트의 신작으로, 최대 2000명이 참여할 수 있는 국가전 등 다양한 형태의 대규모 전투를 지원해 호평받고 있다.

왠만한 PC온라인 MMORPG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수준의 그래픽을 제공하지만, 뛰어난 최적화 기술로 클라이언트 용량이 600메가 정도 밖에 안되며, 대규모 전투 시 다른 캐릭터들을 임의로 보이지 않게 만드는 기술로 게임 진행에 방해되지는 렉 현상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물론, 인기 걸그룹 에이핑크와 유명 영화 배우 김희원, 김성오, 김병옥, 김정태를 동원한 공격적인 마케팅도 흥행에 많은 영향을 끼쳤지만, 단순히 연예인으로 밀어붙이는 게임이었다면 이렇게 뜨거운 반응을 얻지는 못했을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한국 게임들이 중국 게임보다 우위에 설 수 있었던 것은 그래픽 등 완성도 측면에서 차이가 났기 때문이지만, 최근에 등장한 중국 게임들은 한국 게임에 결코 뒤지지 않은 완성도를 자랑하면서 다양성까지 갖추고 있다”며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소녀전선의 흥행을 단지 확률형 뽑기에 대한 반감 때문이라고 단순하게 분석하는 게임사들이 있다면 점점 더 한국 게임들이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닷컴 게임전문 김남규 기자 kn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