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인터넷망 이끈 진대제 前 정통부 장관의 조언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회장이 28일 서울 서초구 논현로 스카이레이크빌딩 5층 집무실과 연결된 옥상 정원에서 포즈를 취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시대의 화두인 4차 산업혁명에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회장(65)을 28일 서울 서초구 스카이레이크빌딩 5층 집무실에서 만났다. 진 회장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3∼2006년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내며 ‘IT 839(8대 신규 서비스, 3대 인프라, 9대 신성장동력)’ 정책을 추진해 초고속 인터넷 강국의 기틀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퇴임 후에는 투자 전문회사인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해 중소·벤처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진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변혁의 시기에 한국이 처한 현실이 녹록지 않다”고 걱정했다.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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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에 한국은 잘 대응하고 있나.
“한국은 지난 10년간 정보기술(IT) 강국으로 불렸다. 지금은 어떤가.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주요 기술로 꼽히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3차원(3D) 프린팅, 드론,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에서 1등을 하는 게 단 한 가지라도 있나. 중국은 전에 없던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빠르게 추격해 오고 미국과 독일 등 선진국은 이미 앞서서 뛰어간다. 반도체는 호황이지만 조선, 철강, 중화학 등 다른 제조업 분야의 경쟁력은 떨어지고 있다. 분명 위기다. 북핵 위기 상황에서는 미국이 방위선을 지키기 위해 한국을 돕고 있지만 4차 산업혁명 경쟁에서는 그 누구도 우리를 돕지 않는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한국 경제에서는 역시 제조업이 가장 중요하다. 제조업에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을 붙여서 경쟁력을 회복해야 한다. 가령 자율주행차 말고 자율주행선박을 조선강국인 우리가 먼저 개발할 수 있다. 정부는 기업들이 자유롭게 경쟁하게 분위기를 만들면 된다. 예를 들어 서울과 부산 간 자율주행차 대회를 정부 주도로 여는 거다. 현대차 외에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는 국내 모든 기업이 참여해 기술 실력을 겨루게 하면 기업들은 서로 자극받아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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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주도의 방침은 이해된다. 산적한 여러 과제 중 어떤 것이 국민에게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지 위원회가 파악하는 게 중요한 임무다. 국민 공감대가 있는 정책은 저절로 힘이 생긴다.”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창업은 반짝 아이디어만으로는 지속하기 어렵다. 창의성은 물론 추진력이 없으면 도루묵이다. 웬만큼 준비하지 않으면 실패하기 쉽고, 실패하면 도전정신도 사라진다. 처음에 무작정 뛰어들기보다는 에인절투자나 창업투자사, 여러 창업보육센터의 전문가 도움을 받아 충분히 상의하기를 권한다.”
―최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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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대제 회장은
△2006년∼현재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창업자 겸 회장 △2006년∼현재 KAIST 석좌교수 △2010년∼현재 사단법인 길포럼 이사장 △2003∼2006년 정보통신부 장관 △1985∼2003년 삼성전자 사장 △미국 스탠퍼드대 공학박사 △서울대 전자공학과 학·석사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