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최승후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정책국장·문산고 교사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첫째, 학생 스스로 개인의 특징과 흥미에 맞게 수업을 선택하는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다. 학생 입장에서는 본인이 원해서 수강하는 과목이므로 공부의 효율성이 높고, 교사는 학생의 참여도가 높아 다양한 수업이 가능하다. 둘째, 필수 교과가 최소화되고 학생에게 선택권이 부여되므로 진로맞춤형 수업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진다. 셋째, 단위학교 차원에서 다양한 진로트랙 운영을 할 수 있다. 넷째, 고교학점제가 성숙 단계에 오면 일반고, 특성화 등 다양한 고교 유형 간 학점 교류로 벽 없는 학교도 가능하다.
고교학점제 연구학교를 수년째 하고 있는 서울 도봉고 송현섭 교감은 “자신이 선택한 교과를 수강하는 제도라 학생만족도는 80% 이상이다. 개설 교과는 교과협의회를 거친 후 결정하고, 학생들에게 대학별 전공에 필요한 과목을 안내하고 있다. 학생들이 본인의 진로트랙에 맞는 과목을 선택하기 때문에 쉬운 과목으로만 몰리지도 않는다. 학생 수가 급감하고 있어서 교사와 교실 수급 문제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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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와 지역별로 개설 교과의 다양성, 교사와 교실 수급, 학급당 학생 수 감축, 학교 시설 등의 인프라와 교육환경의 편차를 줄이는 것도 급선무다. 필수 이수 단위도 줄여야 한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온라인 수업, 클러스터, 거점학교, 주문형 강좌, 연구학교의 확대가 제시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교과교실제가 정착돼야만 고교학점제가 성공한다고 본다. 고교학점제가 운영되려면 기본적으로 교과교실제 형태를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전임 정부에서 교과교실제에 많은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성공했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는 우리나라의 학교 시스템이 학급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학급을 중심으로 학생들을 획일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기존의 학교 문화인 것이다. 학급 중심의 학사 운영 변화 없이 고교학점제 성공은 요원하다.
고교학점제는 이 사안만 따로 떼어놓고 해법을 찾아서는 안 된다. 고교학점제만 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수능 절대평가제, 내신 절대평가제, 외고·자사고 폐지 문제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2015 개정교육과정을 바탕으로 다각적인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수능을 절대평가로 바꾸고 내신을 상대평가로 둔다면 내신 따기 전쟁이 벌어질 것이 뻔하다. 고교 유형을 단순화하지 않고 내신 절대평가를 한다면 외고 자사고 쏠림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이렇듯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교육 공약들은 서로 맞물려 있다. 이 때문에 정책들을 각각 분리하여 단계적, 점진적으로 해법을 찾는 것은 일면 그럴듯해 보이지만, 복잡하게 엉킨 실타래가 더 꼬일 뿐이다. 이 네 가지 사안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동시에 일괄 처리하는 것만이 수험생의 혼란을 줄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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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후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정책국장·문산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