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잔랑은 군인 출신 주인공이 아프리카 국가에서 활극을 벌여 생사존망의 중국인을 구하는 액션 영화였다. 중국몽 선전물에 등장한 주인공이 바로 이어진 영화에서 중국 오성홍기를 휘날리며 사지(死地)를 빠져나오는 모습을 보며 관객은 강한 중국을 갈망하는 공산당과 자신의 꿈을 일치시켰을 것이다. ‘잔랑2’의 대히트로 애국주의가 중국 전역을 휩쓴 ‘잔랑현상’이 일어난 건 우연이 아니다.
영화의 ‘명장면’은 인도양 아프리카 연안의 중국 함대가 자국민을 죽이는 적을 섬멸하기 위해 아프리카 한 국가에 수직발사형 탄도미사일들을 발사하는 대목이다. 중국인들은 실전 배치된 052D형 구축함이라며 우쭐해했다. 시진핑 1인 독재를 강화하는 시기에 개봉한 ‘잔랑2’는 해외에서 적을 제압하는 군사작전이 가능한 강력한 군대를 꿈꾸는 중국의 욕망이 투사돼 있었다.
중국을 오랫동안 관찰해 온 A 씨는 “중국이 일부러 주변국과의 갈등을 조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기에 대처하는 강한 지도력이 필요하며 이는 집단지도 체제로 안 되고 시진핑 1인집중 체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선전하려는 것 같다”는 분석이었다.
같은 시기, 무대를 한반도로 옮기면 중국은 전혀 딴 국가가 된다. 무력 사용은 절대 안 된다고 호소했다. 차이가 뭘까. 인도는 중국과 전쟁을 수행할 능력이 안 되며 이 때문에 국경 분쟁이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걸 일찌감치 파악했을 것이다. 인도는 미국과 동맹이 아니다. 인도가 중국과 전쟁을 벌여도 미국이 개입할 이유가 없다. 28일 중인 갈등은 해결됐다. 이와 달리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바로 미국이 개입돼 미중은 극한 충돌을 피할 수 없다. 무엇보다 한반도에서 무력 충돌이 실제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 같다. 중국이 혼란에 빠지면 시 주석의 권력 강화에도 이상이 생긴다.
24일 베이징에서 한중수교 25주년을 기념해 열린 학술세미나에 참석한 북한 전문가 장롄구이(張璉괴) 전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교수는 “한국 측이 (북한 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꼬집었다. “외교와 경제 제재가 실패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무력을 사용해 해결하려 할 것이다. 8월이 지나더라도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트럼프나 김정은의 입을 보지 않고 실제 한반도가 처한 정세를 관찰해 판단한다”고 했다. 북한은 29일 일본 상공을 넘어가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