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어텍스 원단 고가정책 유지 위해 국내 아웃도어업체에 규정준수 강요 공정위, 美 고어社에 37억 과징금
경쟁적인 고어텍스 할인전 소식은 고어텍스 원단을 제작하는 미국 고어사(社)의 귀에 들어갔다. 고어는 의류업체들에 앞서 2009년 3월부터 고어텍스 소재 제품을 대형마트에 팔지 말라고 통보한 바 있었다. 대형마트에서 고어텍스 제품이 싼값에 팔릴 경우 고급 제품이라는 이미지에 금이 가고 향후 고어텍스 원단 가격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고어텍스 할인전이 계속되자 미국 고어사는 국내 할인 행사에 ‘미스터리 쇼퍼(손님으로 가장해 매장을 감시하는 직원)’를 투입했다. 고어텍스 제품이 큰 폭으로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된 사실을 확인한 고어사는 행사 제품 전량 회수를 요구했다. 이후 원단 공급을 중단하고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했다. 원단을 공급받지 못한 등산복 회사는 결국 다른 의류업체에 합병됐다.
광고 로드중
공정위에 따르면 고어는 2009년 3월∼2012년 12월 ‘고어텍스가 들어간 제품을 대형마트에 팔 수 없다’는 자사 규칙을 만든 뒤 국내 29개 아웃도어 업체에 이를 따르라고 강제했다. 고어는 국내 기능성 원단 시장점유율이 60%에 달해 아웃도어 업체들은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고어는 계약을 해지해 버렸다. 대형마트 할인행사에 참여한 업체 4곳이 이런 이유로 계약이 해지됐다.
공정위는 고어가 대형마트 판매를 막아 국내 등산복 가격이 낮아질 기회가 사라졌다고 봤다. 실제로 대형마트 할인 행사에 참여한 업체들은 시중판매 정가의 40∼50%에 가격을 책정했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아웃도어 제품을 대형마트에서 싸게 팔 수 있으면 다른 유통채널인 백화점 등에서도 가격 경쟁에 나설 수 있었을 것”이라며 “결국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갔다”고 말했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