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요미우리 ‘상무위원 7인 명단’ 보도
시 주석의 ‘반부패 드라이브’를 주도해 온 왕 서기가 실제로 탈락할 경우 시 주석의 권력 집중 및 장기 집권 계획에도 큰 영향을 주게 된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24일 차기 정치국 상무위원에 시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유임되는 7명의 명단이 최근 폐막한 베이다이허(北戴河)회의에서 결정됐다고 전했다. 새 상무위원에는 왕양(汪洋) 부총리, 리잔수(栗戰書) 중앙판공청 주임, 한정(韓正) 상하이(上海)시 서기, 후춘화(胡春華) 광둥(廣東)성 서기, 천민얼(陳敏爾) 충칭(重慶)시 서기가 꼽혔다는 것이다. 신문은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과 당 원로들이 참석해 8월 중순까지 열린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시 주석이 결정된 인사안을 승인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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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명단은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리는 당 대회에서 19기 상무위원 7명이 걸어 나와야 비로소 알 수 있다. 그때까지 ‘막후 권력 투쟁’은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 중국 전문가는 “왕 서기 탈락설이 나온 것은 시 주석의 권력 강화로 마오쩌둥(毛澤東) 주석에 버금가는 ‘시 황제’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예상이 바뀔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왕 서기가 유임된다면 시 주석이 ‘7상 8하’ 원칙의 예외를 만들어 2022년 이후 자신도 퇴임하지 않고 장기 집권할 계획임을 의미한다. 하지만 왕 서기가 퇴임하면 시 주석도 차차기에는 물러나고 후계자에게 최고 권력을 물려주게 된다.
한석희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전 상하이 총영사)는 “앞으로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올 것”이라며 “왕 서기가 유임되지 않으면 장쩌민 주석 이후 유지돼 온 10년 단위 권력 교체의 전통이 계속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보도된 7명의 상무위원 구성대로라면 시 주석의 독주 체제가 제동을 받았고, 후 주석 계열 공청단파도 권력 균형을 이루려고 하고 있으며, 장 전 주석 계열도 한정 서기를 유임시켜 명맥을 유지한 형국”이라고 풀이했다.
한 교수는 “시 주석의 권력 집중이 약화되면 밀어붙이기식 강공 외교에도 변화가 올 가능성이 있다”며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관련 정책도 ‘보다 현실적인 선택’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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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인 후춘화 서기와 천민얼 서기가 이름을 올릴 경우 이들은 2022년 이후에도 상무위원에 남을 수 있어 ‘포스트 시진핑’은 천 서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당초 후 서기와 쑨정차이(孫政才) 전 충칭시 서기가 유력 후보였으나, 지난달 쑨 전 서기가 비리 혐의로 조사를 받으며 낙마해 후계 구도에 대변화가 일어났다.
천 서기는 시 주석이 저장(浙江)성 서기로 재직(2002∼2007년) 당시 언론에 기고한 칼럼 ‘즈장신위(之江新語)’ 초고를 4년이나 썼을 만큼 시 주석의 핵심 측근이다. 천 서기는 구이저우(貴州) 서기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갈 수 있는 요직인 충칭시 서기로 전격 발탁돼 상무위원으로 직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천 서기가 상무위원에 진입할 경우 10년 전 17차 당 대회에서 시 주석과 리 총리가 25명으로 구성된 정치국원을 거치지 않고 상무위원에 오른 상황이 재연된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