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임성훈
앨버트 공은 결혼 초기 여왕의 그림자로 살아야 하는 처지를 한탄했지만 이내 생각을 바꿨다. 여왕이 ‘해가 지지 않는 나라’를 이끄는 데 한 치의 부족함이 없도록 늘 든든한 참모 겸 조력자(도와주는 사람)로 그 곁을 지켰다. 그런 남편이 마흔두 살 나이에 갑작스럽게 숨졌다. 상심한 여왕은 평생 검은 상복을 벗지 않았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91)과 빅토리아 여왕은 긴 재위(자리에 있음) 기간, 돈독한 부부 금실 면에서 닮은꼴이다. 아버지 조지 6세와 함께 왕립해군학교를 방문한 열세 살 엘리자베스 공주는 안내를 맡은 훤칠한 사관생도를 보고 가슴이 설렜다. 펜팔(편지를 주고받으며 사귀는 벗)로 시작한 그들은 1947년 결혼에 골인했다. 그 청년이 필립 에든버러 공작(96)이다.
그런 필립 공이 9월부터 공식 업무에서 손을 뗀다고 발표했다. 나이와 건강상의 이유다. 인터뷰에서 “그동안 내 몫을 했다. 이제는 날 위한 시간도 갖고 싶다”고 말한 것이 6년 전이었다. 여왕의 남편에게도 어려움이 있다. 자신의 성(姓)을 자식에게 물려줄 수 없다. 필립 공은 왕실 일원으로 637번의 해외 순방, 세계자연기금 등 780여 개 단체의 수장과 후원자로 바쁘게 살았다. 밖에서 보기엔 여왕을 아내로 둔 팔자가 부러울지 몰라도 여왕의 그늘 속에 산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닌가 보다.
동아일보 8월 4일자 고미석 논설위원 칼럼 정리
칼럼을 읽고 다음 문제를 풀어 보세요.
①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남편은 앨버트 공이다.
②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아버지는 조지 6세다.
③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필립 에든버러 공과 펜팔 관계였다.
④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필립 에든버러 공은 1947년 결혼했다.
영국 빅토리아 여왕은 결혼식 때 ( )을(를) 입었고, 남편이 숨진 뒤에는 ( )을(를) 입었다.
김보민 동아이지에듀 기자 g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