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 파문에 음식 불안 확산
친숙한 음식 허전한 맛 살충제 계란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16일 일부 음식점은 계란을 사용하지 않는 음식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왼쪽 사진부터 계란이 빠진 대신 어묵을 넣은 김밥, 삶은 계란이 사라진 냉면, 계란 프라이가 없는 돌솥비빔밥. 홍진환 jean@donga.com·최지선 기자
하지만 16일 마음을 고쳐먹었다. 충남과 전남 등에서도 살충제 계란이 등장했다는 정부 발표를 듣고 나서였다. 이 씨는 “앞으로는 정부 발표를 실시간 확인해 문제가 없는 지역의 계란만 조금씩 주문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날 들여온 계란이 어느 지역, 어느 농장 것인지도 손님들에게 알려주겠다고 했다.
계란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 이후 다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이날 살충제 계란 농가가 추가되면서 혼란은 가중됐다. 그런 가운데 ‘자구책’을 마련하는 모습도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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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인증 표시가 있어 철석같이 믿었을 뿐인데요….”
직장인 A 씨(35)는 16일 새벽 잠에서 깨자마자 냉장고부터 열었다. 지난주에 산 계란 5개가 있었다. 표면에는 ‘판정’ 표시가 선명했다. 계란을 담은 곽을 보니 무항생제, 식품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HACCP) 인증도 받았다.
그러나 표면을 다시 들여다보니 ‘판정’이라고 찍힌 반대쪽에 ‘08○○’이라고 새겨져 있었다. 다행히 전날 살충제 계란이 검출된 농장 것은 아니었지만 남은 계란 5개를 버린 후 출근했다. A 씨는 “또 다른 농장에서도 살충제 계란이 나왔다고 하니 ‘08’만 피하면 된다는 것도 옛말이 돼 버리지 않았느냐”며 “당분간 계란이 들어간 음식은 안 먹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햄버거 전문점은 대부분의 메뉴에 들어가는 계란프라이를 빼고 손님이 선택할 수 있는 토핑 종류로 바꿨다. 업체 관계자는 “우리가 쓰는 계란은 안전한 것으로 파악됐지만 고객의 불안감이 쉽게 사라지지 않아 이런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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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 문제없는 매장은 품귀 현상
매장 알림판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문제없는 계란을 쓴다’고 강조하는 점포도 늘고 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식용란 살충제 검사 결과 증명서’를 메뉴판이나 가게 벽면에 붙여 놓기도 했다. SNS에도 검사 결과표를 올리며 안전을 강조하는 점포의 글이 수십 개 올라왔다.
학교 급식판서도… 16일 서울 노원구 신계초등학교에서 급식으로 제공된 계란이 빠진 사과토스트. 서울시교육청은 이날부터 한시적으로 학교급식에서 계란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학교 개학과 맞물리면서 전국 각 시도교육청도 비상이 걸렸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학교 급식에 계란을 사용하지 말라는 취지의 공문을 각 학교로 보냈다. 정부의 전수조사가 완료되는 17일까지 계란이 들어가는 식단은 변경하라고 공지했다. 부산시교육청도 18일까지 잠정적으로 급식에서 계란 사용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 대전시교육청과 충북, 전북, 경남도교육청 등도 비슷한 조치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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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범 kaki@donga.com·신규진·김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