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 고장에 5시간 동안 전체 3분의 2인 828만가구 정전 “탈원전 정책 재고해야” 목소리
탈(脫)원전 정책을 추진 중인 대만에서 15일 대정전(블랙아웃)이 발생했다.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고장으로 수도 타이베이 등 사실상 대만 전역이 수 시간 동안 전력 공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태풍의 영향과 원전 가동 중단으로 전력 수급 불안이 고조된 상황에서 대정전마저 발생하자 대만 내부에선 “탈원전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6일 대만롄허보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15일 오후 4시 50분경 대만 북부 다탄(大潭) LNG 발전소에 연료 공급 이상이 발생하면서 이 발전소에 설치된 발전기 6기가 약 2분간 멈췄다. 이로 인해 약 4200MW(메가와트)의 전력 생산에 차질이 생겼다. 이날 대만은 섭씨 36도를 넘나드는 무더위 때문에 전력 예비율이 3.17%(피크타임 기준)로 떨어져 예비 전력이 1157MW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다. 6기의 LNG 발전기가 사고로 멈추자 이를 대체할 만한 전력이 전무한 비상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로이터 등 외신들은 “타이베이를 포함한 주요도시 등 대만 국토의 약 46%에서 단전 피해가 발생했으며, 긴급 복구로 정전 상태가 원상회복되기까지 약 5시간이 걸렸다”고 보도했다.
이 사고로 대만전력공사가 전력공급 제한조치에 나서자 대만 전체 가구의 약 3분의 2에 해당하는 828만 가구가 영향을 받았다. 엘리베이터에 갇혔다는 신고가 전국적으로 900건 가까이 접수됐고 쇼핑센터, 병원, 공장 등이 전기 부족으로 영업이나 운영을 중단했다.
세종=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