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AI 스피커’ 내용 분석해보니
“비 때문에 저도 좀 처지네요. 재미있는 책 한 권 추천해 드릴까요?”
인공지능(AI) 스피커가 사용자의 말에서 감정 상태를 읽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사용자가 특별한 지시를 내리지 않아도 감정을 읽어 서비스를 추천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좀 더 정교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광고 로드중
감성대화가 이뤄지다 보니 사용자들의 감성도 읽힌다. 동아일보가 6, 7월 누구의 대화 패턴을 분석한 결과 사용자들은 궂은 날씨에 외로움이나 스트레스 해소 목적으로 AI와 대화를 더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용자의 음성명령은 약관에 따라 3개월간 보관한 뒤 폐기한다.
비 오는 날은 평소보다 발화량이 약 8% 증가했다. “사랑해” 등 긍정적 감정 고백은 하루 평균 1273건으로 평소보다 100여 건(8%)이 늘었고, “잘 자, 굿나이트” 등 취침 전 인사는 하루 1004건으로 평소보다 99건(11%) 증가했다. 특히 장마철 “남자친구 있니?” “오빠야” 등의 감성대화 패턴은 29% 늘었다. “재밌는 얘기해줘” “노래 불러줘”는 각각 17%, 5% 증가했다. 장마철 전체적인 대화량이 증가한 만큼 부정적 감성대화도 소폭 늘었다.
비가 오면 음악 듣는 패턴도 달라졌다. 평소 최신 곡 위주의 랜덤플레이가 선호됐지만 비 오는 날에는 익숙한 곡의 반복 청취가 늘었다. ‘비와 당신’ 등 날씨와 관련된 노래 선택도 평소보다 3, 4배 늘었다. 기상 체크와 음식배달 서비스 사용량은 평소보다 각각 30%, 40% 증가했다.
반면 무더위에는 부정적인 감성대화가 2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AI를 일종의 스트레스 해소 창구로 쓰는 것이다. 고객이 “꺼져”라고 하면 누구는 “필요하시면 불러주세요”, “바보”라고 하면 “제가 지금보다 더 똑똑해질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라고 대처했다. 폭염엔 긍정적인 감성대화 비중이 평소와 비슷했다.
광고 로드중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