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여성-중고령층 유휴인력 감안하면 저출산 걱정보다 고용률부터 높여야 인구감소 전제로 교육-국방계획 등 종합-체계적 관리를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역으로 저출산으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여 경제성장률이 하락할 것이라는 경각심이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그 단계가 아니다. 2016년에 생산가능인구가 정점을 찍고 2017년부터 감소한다지만 우리나라 15∼64세 고용률은 7월 현재 67.2%로 일본과 비교할 때 8.5%포인트 정도 낮다.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은 9.3%로 높은 수준이고, 여성고용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낮은 그룹에 머물고 있다. 중고령 남성은 일할 능력이 충분한데도 노동시장에서 퇴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현존하는 청년, 여성, 중고령층의 유휴 노동력 버프가 해소되는 2030년대 중반이 돼야 노동공급 부족으로 인한 경제성장률 하락도 가능하다. 더욱이 인공지능(AI) 진화 등으로 기계에 의한 인간 노동 대체가 빠르게 진행되면 일자리가 급감할 것을 온통 걱정하고 있으면서 저출산에 따른 노동력 부족을 우려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유럽에서 저출산 국가로 분류되는 독일의 올 6월 기준 청년실업률은 6.7%로 전체 유럽 국가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임도 동일한 맥락으로 해석 가능하다. 물론 출산율이 낮은 국가 모두가 청년실업률이 낮은 것은 아니다. 스페인 이탈리아는 독일보다 출산율이 낮지만 청년실업률은 각각 39.2%, 35.4%로 매우 높다. 이는 독일은 경제성장률이 유럽에서 최상위 그룹이고 노동수요가 높은 데 비해 스페인 이탈리아는 상대적으로 경제성장률이 낮고 일자리가 부족한 데서 기인한다. 이 같은 사실은 청년층 실업을 줄이고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높은 기업 경쟁력에 기초해 경제 활력을 유지하는 것이 긴요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일자리를 중시하는 문재인 정부의 고용정책에서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대목이다.
노인 인구 비율이 2017년 말 14%를 넘어서고 2025년에는 20%, 2055년 39.2%로 높아지는 인구구조의 고령화가 청장년 계층의 부양 부담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노인 인구 기준인 65세의 개념을 고정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일할 수 있을 때까지는 일하는 경제사회구조가 되고, 법·제도적으로 경직돼 있는 국민연금 등 보건복지 급여의 수급연령 기준을 실제 건강 및 근로능력에 따라 신축적으로 조정 가능하면 경제 및 재정절벽 문제도 어느 정도 완화 가능하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노인부양률이 높은 나라가 청년실업률마저 높은 상태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저출산 현상에 따른 인구 감소가 문제없는 것은 아니다. 출산을 미루게 하는 경제, 사회, 문화적 요인을 적극 해소하는 것은 출산율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급격한 인구 감소를 억제하는 대책도 강구해야겠지만 인구 감소를 전제한 교육 국방 계획 조정과 주택 등 생활기반시설의 재구조화, 중앙과 지방 개념의 재정립 같은 국토 재설계 등 긴 안목에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관리가 요구된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