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고교 내신 절대평가 유보”
교육부가 내년 고교 1학년 내신 평가에 성취평가제(절대평가)를 적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들이 치를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최소 4과목 이상에 ‘절대평가’가 도입될 예정인 가운데 정작 학교수업 및 학생부전형과 직결되는 내신 평가는 현행 ‘상대평가’ 방식을 유지해 교육 현장에 혼란이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에서 열린 수능 개편 공청회에서 학부모들은 “수능보다 내신이 더 문제”라며 “교육부가 본질을 놓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과정과 내신 평가, 수능 평가가 따로 노는 엇박자 속에 내년에 고1이 되는 학생들은 ‘무한 내신 경쟁’의 최대 희생양이 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박춘란 교육부 차관은 10일 2021학년도 수능 개편 시안 브리핑 도중 고교 성취평가제 도입에 대한 질문을 받고 “내년에 입학하는 고1 학생들은 일단 현행대로(학생부에 석차에 따른 9등급 상대평가 성적 기재)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그 이후의 내신 평가 방법에 대해서는 고교학점제 도입과 연계해 올해 안에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2015 교육과정 체제하의 고교 내신 평가 방식에 대해 교육부가 구체적인 방향을 밝힌 건 처음이다.
하지만 상대평가 체제가 유지되면 다양한 과목의 선택이 어려워진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지은림 경희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상대평가 체제에서는 무조건 수강생이 많은 과목을 들어야 내신 등급이 올라간다”며 “수강생이 적은 과목 선택 시 아무리 잘해도 1등급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결국 그 많은 선택과목은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지역 고교 교사 김모 씨(진학부장)는 “새 교육과정 취지 달성과 고교 교육 정상화를 내세워 수능을 절대평가화하면서 정작 내신은 상대평가로 가는 것은 대단히 모순적”이라며 “0.1점 차가 중요한 상대평가에서는 토론식 수업이나 과정 중심 평가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새 정부가 밀고 있는 고교학점제는 내년부터 연구학교 도입을 시작해 2022년에나 전면 시행된다. 2015 교육과정과 함께 추진돼 온 내신 절대평가가 왜 돌연 고교학점제 일정에 맞춰 추진되는지에 대해 교육부는 명확히 답하지 못했다. 교육계 관계자는 “일반고 편차가 큰 상황에서 절대평가 도입 시 자사고나 강남 일반고 등 우수 학교로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것도 부담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교대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학부모들은 “1안도 2안도 싫다”며 “교육부가 두 개의 독약을 놓고 어느 독약을 먹겠느냐고 묻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학부모는 “내신 시험이야말로 더 암기식 문제이고 더 피 말리는 줄 세우기 경쟁이 벌어지는데 교육부는 수능 절대평가만 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우선 imsun@donga.com·우경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