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군함도’의 류승완 감독(오른쪽)과 제작자인 아내 강혜정 대표. 개봉 이후 불거진 여러 논란에 대한 부담으로 그동안 활동해온 여러 영화단체에서 탈퇴했다. 사진제공|외유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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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과점’ 책임에 배급사·멀티플렉스 침묵
근거없는 ‘친일파 논란’에 협회도 방관
류승완·강혜정 부부, 결국 영화단체 탈퇴
영화계 이슈에 목소리를 내온 ‘군함도’의 류승완 감독과 강혜정 부부가 그간 몸담은 여러 영화단체에서 모두 탈퇴했다. 누구보다 사회참여에 적극적이던 영화인 부부의 갑작스러운 결정을 두고 영화계 내부에서도 “안타깝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영화 ‘군함도’의 류승완 감독과 제작자인 영화사 외유내강의 강혜정 대표가 최근 한국영화감독조합과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여성영화인모임 등 소속 단체에서 모두 탈퇴했다. 영화가 한창 상영중인 가운데 내린 결정으로, 그 배경에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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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강혜정 대표는 “‘군함도’ 논란이 매년 반복되는 스크린 독과점 문제를 해결하는 법제화 마련 등으로 이어진다면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며 “영화계가 똑같이 느끼는 문제라면, 이번엔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7월26일 개봉한 ‘군함도’는 역대 극장 개봉작 가운데 처음으로 일일 스크린 수 2000개를 넘겼다. 여름 극장가에서 첫 테이프를 끊는 영화가 ‘군함도’가 아니었다면 다른 작품이 그 상황에 직면했을 수도 있던 상황. 결국 ‘군함도’는 독과점이라는 ‘노이즈’에 휘말려 관객에 제대로 평가받을 기회를 놓쳤다.
개봉 직후 일본 우익세력은 ‘군함도’가 조선인 징용을 왜곡했다는 주장도 펼쳤다. 감독이 처음부터 ‘허구’라고 밝힌 조선인의 군함도 탈출 내용을 향한 공격이다. 동시에 국내서는 제작진을 향한 악의적인 성격의 ‘친일논란’이 일어났다. 논란을 뒷받침할 근거는 없었다.
류승완 감독과 강혜정 대표는 특히 친일논란에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과 제작의 ‘의도’를 공격받는 과정에서 겪는 딜레마도 상당했다. 심지어 초·중학교에 다니는 부부의 자녀들마저 ‘아빠가 친일파’라는 말을 전해 듣고 집으로 돌아와 궁금증을 제기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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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단체 한 관계자는 9일 “악의적인 프레임으로 공격받는 창작자를 돕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특정 영화만 거론하기는 무리라는 시선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이런 과정에서 공격은 류승완 감독에 집중됐다. 특히 논란의 출발이자, 여전히 뜨거운 감자인 스크린 독과점을 둘러싼 ‘진짜 책임자’인 CGV 등 멀티플렉스 극장체인과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는 지금껏 감독과 제작진의 뒤에 숨어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