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어제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잇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도발에 맞서 최대한의 압박과 제재로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문 대통령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통화에서도 대북 압박과 제재 강화가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그러나 북한은 ‘정부성명’을 통해 “유엔의 제재 결의는 자주권에 대한 난폭한 침해”라고 반발했다. “그 어떤 최후수단도 불사할 것”이라며 ‘천백 배 결산(보복)’을 협박하기도 했다.
한미 두 정상의 통화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역대 최강의 대북제재 결의를 채택한 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통화에서 “지금은 제재와 압박을 할 때이지, 대화할 때가 아니다”고 밝혔다. 그동안 ‘제재와 대화의 병행’을 강조해왔지만 북한의 잇단 도발에 더는 대화를 꺼낼 때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의 참사가 일어나는 것을 용인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예방전쟁’까지 거론한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시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말 궁금하다”며 문 대통령의 남북회담 제의와 북한의 반응에 특별한 관심을 표명했다. 여기엔 제재 국면에서 나온 대화 제안을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는 뜻이 깔려 있었을 것이다. 이에 문 대통령은 남북회담 제안은 이산가족 상봉과 우발적 충돌 방지가 요체이지, 북핵·미사일 관련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북핵·미사일 문제의 대화 주체가 미국과 국제사회지만, 남북관계 차원의 대화는 한국이 주도하겠다는 일종의 ‘역할분담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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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은 늘 ‘철벽같은 공조’를 강조하지만 이견이 없을 수는 없다. 목표는 같지만 방법론은 다를 수 있다. 특히 북-미 ‘강 대 강’ 대결 국면에선 시각차가 클 수 있다. 이견이 있다면 상호 이해 아래 조율해야 한다. 북한이 대남 국지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큰 만큼 북한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남북대화가 유용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북한의 태도에서도 보듯 북핵문제와 남북관계가 따로 가진 않는다. 지금은 국제사회와 함께 대북 압박에 집중할 때다. 대화론이 유화책으로 비칠 땐 한국이 설 자리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