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그룹 공채 폐지 ○ 블라인드 채용 확대 ○ 정규직 전환 변수 계열사별 실적따라 자율 결정… 삼성 전체 채용규모 감소 우려 입사서류에 ‘스펙’ 못쓰게 하자… 자기소개서-면접 고액 학원 북적 두산-CJ 등 정규직 전환 선언… 기업 54% “신규채용 줄어들 것”
“이제 새로운 트렌드는 ‘구조화 면접’이에요. 블라인드 채용으로 서류에 스펙을 구체적으로 적지 못하기 때문에 자기소개서 속 내용을 토대로 면접을 진행할 겁니다. 자기소개서가 그만큼 중요해진 거죠.”
이 학원은 이달 말 시작되는 주요 대기업 원서 접수를 앞두고 시간이 촉박하거나 자신감이 부족한 이들에게 ‘일대일 강의’도 해준다. 두 시간 동안 자소서를 함께 완성하는 강의다. 학원 측은 “완전히 대필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거의 다 써 드린다”며 상담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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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6일 “수험생들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채용 일정과 프로세스는 전년과 같이 유지한다. 다만 계열사마다 경영 실적에 따라 자율적으로 필요 인력을 정하기 때문에 그룹 전체 채용 규모는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 삼성카드,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삼성물산(건설 부문) 등 일부 계열사는 상반기(1∼6월)에도 공채를 진행하지 않았다.
올해 2월 대학을 졸업하고 하반기 삼성물산 공채를 기다리고 있다는 김모 씨(24)는 “그동안 삼성의 신입 공채 규모가 제일 컸는데 계열사별로 채용하면 당장 실무에 투입할 경력 위주로만 뽑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상반기에 취업하지 못한 인원까지 몰려 하반기가 경쟁이 더 세지 않을까 걱정이 크다”고도 했다.
이달부터 공공기관에 적용되는 ‘블라인드 채용’도 취준생들에겐 큰 변수다. 정부는 블라인드 채용 가이드라인을 내놓는 등 민간 기업으로도 블라인드 채용을 확산한다는 목표다. 최근 구인구직사이트 ‘사람인’이 대기업 14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절반 이상이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LG그룹 관계자는 “2014년부터 자기소개서에 블라인드 채용을 적용했는데 정부의 민간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이를 더 확대시킬 수 있을지 살펴볼 계획”이라고 했다.
바뀌는 채용 문화에 맞춰 가장 빨리 움직이는 곳은 역시 학원가다. 서울 강남의 한 스피치 학원 관계자는 “블라인드 채용과 관련한 문의가 최근 2주간 크게 늘었다. 이틀에 한 명 정도이던 문의 전화가 요새는 하루에 두세 명씩으로 늘었다”고 했다. 이 학원은 면접 대비용 90분짜리 수업 1회에 20만 원을 받는다. 서류전형보다 면접 절차가 더 강화될 것이라는 수험생들의 불안한 심리를 겨냥한 것이다. 강남구 역삼동의 한 학원 관계자는 “삼성 등 대기업들이 블라인드 채용을 하기로 확정짓는 순간 오픈하려고 ‘블라인드 채용 면접반’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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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은 그나마 새 정부의 적극적인 일자리 창출 주문에 따라 대기업들이 채용 확대를 약속했다는 것에 희망을 걸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조삼모사’가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급속하게 성장하는 추세가 아니고 정원에 한계가 있다. 이번 하반기 때 채용을 늘리면 내년 상반기에는 또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김재희 jetti@donga.com·김지현 기자
장용준 인턴기자 성균관대 독어독문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