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1시경(현지 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있는 86층짜리 초고층 아파트 ‘토치타워’에서 대형사고가 발생해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불과 두 달 전 영국 런던에서 80여 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그렌펠타워 화재를 떠올리게 하는 사건이다. 하지만 토치타워에선 단 한명의 부상자나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영국 인디펜던트는 그렌펠타워와 토치타워의 가장 큰 차이점이 ‘방화벽’이라고 꼽았다. 1974년 완공된 그렌펠타워는 스프링클러주차 갖추지 못했지만, 2011년 완공된 토치 타워는 이 같은 소방 방재시설은 물론 각 층과 세대마다 화재 차단막이 설치되어 있었다. 강철과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이 방화벽은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지어진 초고층 빌딩을 지을 땐 이 같은 설계방식을 대부분 적용한다.
당초 그렌펠타워의 대형참사 원인으로 지목됐던 가연성 마감재(클래팅)는 두바이 토치타워에도 동일하게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알루미늄 패널 사이에 가연성 폴리에틸렌이 들어있는 이 마감재는 미적 효과를 높이기는 하나 화재가 났을 때 불길이 번지는 속도를 가속화시킨다는 점이 지목된 바 있다. 이런 취약점에도 불구하고 견고한 방화벽과 주민들을 대피시킨 빠른 초동 대응이 대형 참사를 막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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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테러 이후 세계 초고층 빌딩이 화재 시 대피에 불리하다는 것이 알려진 뒤, 고층건물 설계 시 방화 시설을 갖추는 게 건축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두바이의 대표적 마천루로 꼽히는 부르즈 칼리파(168층)의 경우, 각 층마다 1층 야외로 대피할 수 있도록 화재 전용 엘리베이터를 갖추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쟁적으로 고층 건물이 건설되고, 랜드마크로 자리 잡는 상황에서 이 같은 방재시설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김수연기자 s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