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권력 암투의 핵심 비판 받아… 켈리 신임 비서실장이 경질 주도 “우유 유통기한보다 임기 짧아” SNS에 비아냥 글 쏟아져
“10일 동안 스캐러무치가 한 일: 일자리 얻기, 아이 낳기, 결혼생활 끝내기, 그리고 일자리 잃기.”
‘트러블 메이커’ 앤서니 스캐러무치 백악관 공보국장이 임명 10일 만인 지난달 31일 경질되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는 이처럼 그를 조롱하는 글이 쏟아졌다. 누리꾼들은 ‘스캐러무치 놀리기’에 여념이 없다. 트위터에는 “냉장고 안에 있는 우유 유통기한이 스캐러무치 임기보다 더 길겠다” “최고의 카메오였다” 등 비아냥거림이 쏟아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능가하는 막말로 ‘트럼프 미니미(Mini Me·작은 복제판 자아)’라는 별명을 얻은 스캐러무치는 백악관에서 권력 암투를 일으키는 핵심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트럼프 대선캠프 경제자문으로 일한 스캐러무치는 라인스 프리버스 전 백악관 비서실장이 자신의 백악관 입성을 반대했다며 그를 “빌어먹을 편집증적 조현병 환자”라고 공격했다.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도 비속어를 동원해 비난했다. 이날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은 그의 발언들이 직위에 부적절했다고 느꼈다”고 말하며 스캐러무치의 해임 소식을 전했다.
이날 임명된 존 켈리 비서실장이 ‘백악관 내 혼란 잠재우기’ 첫 번째 과제로 그를 해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켈리 비서실장이 그의 해임을 시작으로 ‘체계 없이 돌아가고 있는’ 백악관 웨스트 윙을 제어하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뉴요커는 “켈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통제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의 행동이 트럼프 대통령의 ‘임계치’를 넘어섰다는 지적도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초반엔 그의 과격한 발언을 좋아했으나 정도가 지나쳐 오히려 그에게 세간의 관심이 쏠리자 생각을 바꾼 것 같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말 동안 가족 및 켈리 비서실장과 이야기를 나눈 뒤 그를 ‘정치적 부담’으로 느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백악관 내부에선 그의 해임을 대체로 ‘잘된 일’로 보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스캐러무치의 ‘굴욕’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주에 배달된 하버드대 로스쿨 졸업생 인명록에 그가 ‘고인’으로 잘못 표기됐다고 전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