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의료총괄 이영희 원장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최고의료책임자로 활약할 이영희 연세대 원주의료원장이 마스코트인 수호랑(왼쪽)과 반다비를 안고 평창 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기원하고 있다. 원주=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평창 겨울올림픽과 패럴림픽의 최고의료책임자(CMO)인 이영희 연세대 원주의료원장은 최근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역대 겨울·여름 올림픽을 통틀어 상시 심리상담을 해주는 올림픽은 평창이 처음”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선수들의 심리는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스포츠 선진국에서는 국가대표 의료진에 심리상담 전문가를 반드시 포함시킬 정도다. 하지만 대부분 여건이 되지 않아 올림픽 선수단 중 상당수가 ‘심리상담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게 현실이다. 개최국에서 심리상담을 해 주는 서비스는 지난해 브라질 리우 올림픽에서 처음 실시했다. 하지만 전문 의료진이나 심리상담가가 아닌 비전문가가 민원을 접수하는 수준에 그쳤다. 그럼에도 상담 신청이 줄을 잇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이 원장에게 평창에 상담 전문가를 배치해 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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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 하는 거 한국의 최고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세계에 자랑하고 싶었죠. 전 세계인들이 주목하고 있잖아요.”
준비 과정에서 이 원장은 경험이 있는 해외 의료진에 응급의료지원을 위탁하는 게 낫겠다는 제안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이 원장은 이를 단호히 거절하고 우리가 할 수 있다고 버텼다. 한국 스포츠의료계에 귀한 경험이 될 기회를 그냥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 강원 정선에서 열렸던 국제스키연맹(FIS) 주최 월드컵 경기가 한국 의료지원단의 능력을 시험하는 무대가 됐다.
“경기를 준비하다 보니 앞이 막막했습니다. 한국에서는 그때까지 올림픽 조건을 충족하는 국제 설상(雪上)대회가 한 번도 열린 적이 없었거든요.”
IOC는 경기 도중 부상 선수가 생길 경우 초동조치는 10분 내에 하고, 병원까지는 1시간 안에 이송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종합병원까지 거리가 멀고 경사도 매우 급한 현장 특성을 고려해 헬기를 띄워 선수를 이송하는 연습을 했는데, 헬기 바람에 경기장 입간판과 시설물이 모조리 무너져 버리는 어려움도 겪었다. 이 원장은 “수많은 국제경기를 따라다니면서 배웠지만 실전은 완전히 달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원장이 이끄는 의료지원단은 대회 기간에 실제로 부상을 당한 프랑스 선수를 54분 만에 원주의료원까지 이송해 냈다. 이 원장은 올림픽을 치르면서 의료 분야에서도 ‘올림픽 유산’이라고 불릴 만한 성과를 내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가 주목하는 사례는 2012년 런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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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