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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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6일 잠실구장. 구름이 조금 있었지만 강렬한 햇볕으로 그라운드는 뜨거웠다. 홈팀 두산 선수들은 훈련을 마치고 서둘러 샤워장으로 달려갔다. 원정팀 kt선수들도 땀을 쏟으며 훈련을 했다.
그 순간 kt 이진영(37)의 모습이 특별했다. 하늘을 한참 동안 바라보더니 덕아웃으로 돌아와 배트와 글러브 등을 안쪽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훈련 도중 갑자기 하늘에 먹구름이 가득 할 때 훈련보조 요원들이나 막내 선수들의 역할과 똑 같았다.
이진영은 “잠자리 수천, 수 만 마리가 갑자기 하늘에 나타나 동시에 이동을 했다. 곧 소나기가 퍼 부을 것 같다”고 말했다. 주위에서 “형 이렇게 해가 뜨거운데 무슨 비가 와요?”라는 후배 선수들의 말이 이어졌지만 프로 19년차 베테랑은 묵묵히 장비를 옮겼다. 약 20여분 후 거짓말처럼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동남아시아의 스콜처럼 강한 빗줄기가 퍼붓기 시작했다. 이진영은 빙그레 웃으며 허둥지둥 달려오는 동료들에게 수건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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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 감독은 한화 사령탑시절 야구장 옆 보문산의 구름만 보고도 비가 내리는 시간과 강수량을 정확히 알아 맞추는 걸로 유명했다. 사복차림으로 덕아웃에 앉아 “좀 있음 (비가)쏟아 질 거야. 유니폼 갈아입을 필요도 없어”라고 말하는 날에는 어김없이 폭우가 이어졌다.
KIA 홍세완(39) 퓨처스 타격코치도 현역시절 ‘기상예보관’으로 불렸다. 큰 부상으로 3차례나 수술을 받은 홍 코치의 무릎이 시큰거리는 날에는 어김없이 큰 비가 왔다. 프로 선수들 중 상당수가 수술 경험자이기 때문에 팀마다 기상청 부럽지 않은 예보관들이 존재한다.
석사학위 소유자 LG 양상문 감독은 ‘양파고’라는 별명답게 직관보다는 과학적 근거를 통해 비를 예상한다. 9일 잠실 한화전 직전, 양 감독은 기상청 레이더를 유심히 살핀 후 “1~2시간 후 굉장히 큰 비가 내릴 것 같다”고 했다. 그날 오후 8시부터 비가 쏟아져 경기는 중단됐다. 양 감독은 비가 내리기 직전인 7회 마무리 정찬헌을 조기 투입했고 강우콜드로 승리를 거뒀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