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초등생 살인’으로 바뀐 일상]전문가들이 본 원인과 해법
매일 오가던 공간이 잔혹한 범죄의 현장이 됐다. 끔찍한 범행 과정이 주민들에게 실시간으로 공유됐다. 무엇보다 범인은 여성, 그것도 10대 청소년이었다.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에서 포착된 세 가지 충격 요인이다. 비슷한 강력사건의 경우 이런 충격 요인은 한두 개 정도다. 전문가들이 이웃 주민의 트라우마를 ‘재난’ 수준으로 보는 이유다.
○ “전쟁 트라우마보다 심각”
주민들이 아이 실종부터 죽음까지 모든 상황을 공유한 것도 공포를 증폭시킨 원인이다. 2014년 온 국민이 세월호 침몰 장면을 생중계로 지켜본 것과 비슷하다. 피해 가족과의 친밀감,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 많은 경찰이 투입됐는데도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사실은 오히려 세월호보다 더 심각한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
한창수 고려대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주민들은 범행 순간을 자기 경험처럼 느꼈을 것”이라며 “특별한 공간이 아니라 주민 모두가 공유하던 일상 공간에서 벌어졌기 때문에 세월호 때보다 더 장기간 치료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0대 청소년이 범인으로 밝혀진 뒤 누구도 믿기 어려운 불신과 불안이 공동체를 짓누르고 있다. 사건 직후 주민을 상담한 이승연 지역보건소 정신건강증진센터장은 “이른바 ‘마음속 위험인물’을 정할 때 10대 여성(여고생)은 가장 순위가 낮은 편인데 이번 사건은 그런 인식을 깨버린 것”이라며 “누구라도 강력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불안감에 주민들이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주민들의 ‘마음속 위험인물’ 폭이 확대되면 불신과 불안이 더 커지면서 공동체 붕괴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 ‘도피 대신 공동 치유’ 필요
김지영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분명히 치유는 가능하다”며 “힘들다고 동네를 떠나면 언젠가는 트라우마가 발현되기 때문에 주민들이 다 같이 치유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끊임없이 ‘이곳은 안전하다’고 이야기해야 한다”며 “지역사회가 안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믿음을 심어줘야 한다”고 했다. 이어 “주민들이 모여서 경험을 이야기하며 혼자가 아니라는 점을 느낄 수 있는 토크콘서트 등 공적인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인천=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