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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경영의 지혜]우리사주제도가 주인의식을 키우는건 아니다

입력 | 2017-07-26 03:00:00


우리사주제도(ESOP·Employee Share Ownership Plan)는 회사가 직원들에게 회사의 지분을 나눠 줌으로써 회사의 이익을 재분배하는 제도다. 기업은 직원들이 주인의식(PO·Psychological Ownership)을 갖고 업무에 몰입하도록 독려한다는 취지로 ESOP를 도입하고 있다. ESOP를 도입한 회사에서 주주인 직원들은 회사가 성장할수록 그에 따른 주식가치 상승이나 배당소득을 누릴 수 있다. 이에 따라 회사는 직원들이 주주로서 소속감과 책임감을 갖고 업무에 매진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런데 최근 학계에서 ESOP와 PO의 연관성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심지어 ESOP가 실제로 직원들의 PO를 고취시키는 데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분석 결과도 나왔다. 최근 영국과 대만의 학자들은 ESOP가 직원들의 PO와 업무 행태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연구한 논문을 내놨다. 연구자들이 ESOP를 실시하는 회사 직원들을 심층 설문조사한 결과 직원들은 ESOP 참여 전후에 PO를 느끼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직원들은 오히려 ESOP에 참여하기 전에 존재했던 요인들, 예컨대 회사에서 일하는 것에 자부심을 갖거나 직무에서 책임감이 있다고 생각됐을 때 PO를 느꼈다고 보고했다. ESOP가 직원들에게 PO를 심어준다는 통념을 뒤집은 연구 결과다.

물론 ESOP가 PO를 고취시키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하지만 최근 연구 결과는 기업의 ESOP가 직원들의 PO를 고취시키는 데 언제나 효과적이지는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직원들은 오히려 영향력, 통제감, 직무 만족, 조직 지원같이 ESOP가 아닌 요인들에서 PO를 더욱 강하게 느꼈다.

따라서 기업은 ESOP의 효과를 맹신해서는 안 된다. ESOP를 통한 기업 이득뿐 아니라 기업의 목표와 비전, 정보 같은 다른 요인들도 직원들과 공유할 필요가 있다. 또 ESOP를 도입하기에 앞서 PO를 증가시키는 방법을 고안하는 게 직원들의 태도적, 행동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는 더 유리할 수 있다. ESOP의 도입 비용과 PO의 생산성을 잘 따져봐야 한다는 조언이다.

문광수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ksmoon@ca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