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머릿속에 스치는 인물이 있었다. 배우 이순재 씨(82·사진). 2년 전 연극 ‘시련’ 출연을 앞둔 그를 인터뷰하며 상투적인 인사말을 던졌다. “연극, 드라마, 영화, 예능,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왕성한 활동을 하시는 것 같아요.”
그는 얼굴에 옅은 미소를 띤 채 되물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언제 가장 행복해요?” 허를 찔린 기분이었다. 노배우의 말이 이어졌다. “취재한 내용을 한 문장씩 고심해 써 내려가고, 그 결과물인 기사가 지면에 실린 걸 눈으로 확인했을 때…. 그때 맞죠? 결과물의 성공 여부는 중요하지 않아요. 나의 존재 가치를 스스로 증명하는 과정이냐 아니냐가 중요하죠. 행복이 그 지점에서 갈리거든요.”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