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금메달만 23개를 목에 건 ‘인간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가 상어와 대결을 펼쳤다. 결과는 1승 2패. 인간의 자존심을 겨우 지켰다. 디스커버리채널은 23일(현지 시간) 제29회 상어주간을 맞아 펠프스와 상어 간 세기의 대결을 방영했다. 매체는 멸종위기에 처한 상어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1988년부터 매년 7, 8월 중 일주일을 ‘상어주간’으로 정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다뤄왔다.
전성기 시절 펠프스의 최고 수영속도는 시속 9.7㎞. 최대 시속이 40㎞에 이르는 백상아리와는 비교가 안된다. 100전 100패가 예상된 펠프스는 ‘모노핀’(상어 꼬리 지느러미를 닮은 수영 보조장치) 덕분에 시속 30㎞까지 기록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경기는 지난달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앞바다에서 진행됐다. 통상 수영경기는 레인 하나씩을 차지하고 벌이지만, 인간과 상어가 동시에 헤엄치는 것은 위험해 각각 따로 헤엄친 뒤 그 기록을 두고 승자를 가렸다. 50m 경기에서 18초70을 기록한 펠프스는 암초상어(18초90)를 이겼고, 귀상어(15초10)에겐 뒤졌다. 100m 대결에선 38초10을 보이며 백상아리(36초10)에게도 패배했다.
시청자들은 “그냥 CG(컴퓨터그래픽)와 경기하는 것 같다” “진짜 대결이 아니잖아!” “속았다”라며 실망감을 표출했다. 펠프스 역시 “철장 없이 상어 가까이에서 헤엄치고 싶었다”며 아쉬워했다. 하지만 이번 대결을 기념하며 상어문신을 새길 것이라고 밝혔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