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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법인세 인상, ‘핀셋 증세’라지만 경제파장 심각할 것

입력 | 2017-07-22 00:00:00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증세(增稅) 논란에 대해 “증세를 하더라도 초(超)고소득층과 초대기업에 한정될 것이다. 일반 중산층과 서민들, 중소기업들에는 증세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는 확정해야 할 시기”라며 기획재정부가 증세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제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이 증세 없는 복지가 어렵다고 운을 떼고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구체안을 제시하면서 급부상한 증세론을 대통령이 기정사실화한 셈이다.

대통령과 여당은 증세가 대다수 일반기업이나 개인과 무관한 ‘핀셋 증세’라고 한다. 추 대표의 증세안은 과세표준 2000억 원 초과 기업에 대한 법인세율을 3%포인트 올리고 5억 원 초과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율을 2%포인트 올리는 것이다. 증세 대상이 일부라는 점을 강조해 국민적 조세 저항과 반발을 차단하려는 것이다.

여권이 증세 타깃으로 보는 대기업은 126곳으로, 대부분 한국의 대표 회사다. 세율 인상으로 3조 원을 더 걷을 수 있다지만 조세 부담으로 기업 활동이 위축되면 세금도 줄어든다. 법인세를 올리면 기업이 해외로 이전해 결국 일자리도 감소한다. 미국(35%) 독일(30%) 프랑스(33%) 등 선진국의 법인세율이 우리(22%)보다 높아도 2000년 이후 세율을 경쟁적으로 내리는 추세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법인세를 15%로 내리는 방안까지 추진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 나라는 세율을 상쇄할 만큼 기업 환경이 좋다.

새 정부가 내년부터 본격화하려던 증세를 앞당기려는 것은 이것 말고는 국정과제에 드는 예산 178조 원을 조달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정권 지지율이 높은 지금이 정치적 반대를 뚫고 민감한 과제를 밀어붙일 적기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정상적인 공론화 절차를 건너뛴 채 속도전에 나서면 뒤탈이 날 수 있다.

법인세 인상 논란은 지난 정부 내내 계속됐지만 결론을 내지 못한 이슈다. 세금 항목을 하나라도 건드리면 정부-기업-가계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기 때문에 충분한 논의 없이 세법을 손대는 것은 위험하다. 정부가 다음 달 2일 세법 개정안 발표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정교한 세제개편은 어렵다.

더구나 근로소득자 46.5%가 세금을 전혀 내지 않는 현실을 두고 증세를 추진하면 조세저항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정치적 계산만으로 ‘핀셋 증세’를 강행해선 안 된다. 박근혜 정부 첫해 청와대 당국자의 ‘거위 깃털 뽑기’ 발언으로 시작된 세법파동이 다른 형태로 재연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