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강제 동원해 바위에 판 동굴, 사고-우범지대 우려로 2000년 폐쇄 28일 준공과 동시에 일반인에 공개… 미러동굴-동물모형 조명 등 볼거리
울산 남구가 150억 원을 투입해 관광지로 새 단장을 한 동굴피아 내부 모습. 이 동굴은 일제가 군수물자 보관용으로 남산 바위 절벽을 파내 만들었다. 울산 남구 제공
울산 도심 남산의 정상인 은월봉은 해발 121m에 불과한 야산이다. 주위에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병풍처럼 들어서 시민들이 많이 찾는 도심 속 자연휴식처이기도 하다.
이곳에 일제강점기의 흔적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아는 울산시민은 많지 않다. 남구 신정동 크로바아파트와 태화강 전망대 사이에 있는 남산 바위절벽의 동굴이 그 ‘흔적’이다. 일제는 한국인을 강제 동원해 바위절벽에 동굴을 판 뒤 군수물자를 보관했다.
바로 이 동굴들이 관광 상품으로 탈바꿈했다.
울산 남구청은 2015년 8월부터 150억 원을 들인 ‘태화강 동굴피아 조성사업’을 마무리하고 28일 개방한다. 동굴 안에서 산책할 수 있도록 정비했다.
길이 60m의 제1동굴은 일제강점기 울산의 생활상과 강제노역, 수탈의 역사가 담긴 삼산비행장 그리고 남산동굴을 재현했다. 다양한 조명도 설치했다. 길이 42m의 제2동굴은 각종 모험을 체험할 수 있는 ‘동굴 어드벤처’를 주제로 개발했다. ‘동굴 스케치 아쿠아리움’을 주제로 한 길이 62m의 제3동굴은 미러 동굴, 동물모형 조명, 전설의 고래 출현지를 만들고 다채로운 조명을 쏴 이색적인 볼거리를 제공한다. 길이 16m의 제4동굴은 계절별로 다양한 이벤트를 여는 공간으로 꾸몄다. 봄에는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활용해 꽃밭으로, 여름에는 등골이 오싹한 ‘귀신의 집’으로 바뀐다. 가을에는 예술작품을 즐길 수 있는 아트갤러리로, 겨울에는 빛과 얼음의 겨울왕국으로 변신한다.
동굴 3개를 연결하는 지하광장에서는 지하통로를 통해 태화강 산책로까지 갈 수 있다. 동굴 앞에는 주차장과 카페, 다목적 공간이 들어선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