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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민정수석실 문건’ 수사 착수… 우병우 “무슨 상황-내용인지 모른다”

입력 | 2017-07-18 03:00:00

누가 언제 왜 작성했는지 확인해야… 위법성 드러나면 우병우 처벌 가능성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본부장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가 박근혜 정부 청와대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이 사용한 캐비닛에서 발견된 문건과 자필 메모 등을 넘겨받아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청와대가 민정수석실 사무실에서 해당 문건과 메모를 찾아낸 사실을 공개한 지 사흘 만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17일 “청와대로부터 넘겨받은 자료 중 일부를 특수본에 이첩했다”고 밝혔다. 특검 관계자는 “수사와 공소유지에 필요한 부분을 넘겼다”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문건 또는 메모를 넘겼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특검이 이날 특수본에 넘긴 자료에는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지원 문제를 기록한 자필 메모 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의 재판에 증거로 제출하려는 자료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료들이 증거로 쓰이려면 누가, 언제, 어떤 경위로 작성했는지 확인이 돼야 한다. 하지만 특검은 2월 말 수사기간이 끝나 공소유지 권한만 갖고 있기 때문에 필요한 조사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특수본에 이들 문건 및 메모의 확인 작업을 맡긴 것이다. 특검은 이날 열린 이 부회장의 재판에서 청와대 문건과 관련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특수본은 특검에서 넘겨받은 자료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에 배당했다. 특수본은 자료 검토를 마친 뒤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 당시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에 대해 필요한 조사를 할 방침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청와대 자료가 국정농단 사건 수사 재개의 단초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청와대가 공개한 민정수석실 자료 중에는 보수단체 불법지원 의혹, 이른바 ‘화이트 리스트’를 기획한 것으로 보이는 문건도 포함돼 있다. 이는 현재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심우정)가 수사 중인 사건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일부에서는 청와대의 문건 공개는 우 전 수석 수사를 촉구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청와대는 문건 작성 시점을 2013년 3월∼2015년 6월로 추정했다. 우 전 수석은 2014년 5월 민정비서관으로 발탁된 뒤, 이듬해 1월 민정수석으로 승진했다. 민정수석실 문건과 메모 중 상당수가 우 전 수석의 근무 시기에 작성된 셈이다. 이들 문건과 메모에서 위법성이 드러날 경우 그 책임은 우 전 수석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우 전 수석은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자신의 재판에 출석하면서 새로 공개된 문건과 메모에 대해 질문을 받고 “언론 보도를 봤지만 무슨 상황인지,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다”며 말을 아꼈다.

2015년 초 우 전 수석과 함께 민정비서관으로 근무한 권정훈 법무부 인권국장은 “해줄 말도, 할 말도 없다”며 입을 다물었다. 우 전 수석의 민정비서관 전임자로 2013년 3월∼2014년 5월 청와대에 근무한 이중희 의정부지검 차장검사는 “(문건 내용은) 전혀 모른다. 내 근무기간에는 문제될 보고서가 없다”고 말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허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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