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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중 결빙에… 프로펠러가 헬기 몸체 때리는 ‘부실덩어리’

입력 | 2017-07-17 03:00:00

감사원, 수리온 헬기사업 감사결과




2015년 12월 전북 익산 나들목 인근을 교육 비행하던 수리온 4호기의 2번 엔진이 고도 3000피트 상공에서 이상이 생겼다. 엔진 내부로 공기와 연료가 다량 유입돼 엔진에 과속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베테랑 조종사 A 씨는 침착하게 기체를 조종했지만 역부족이었다. 1번 엔진의 고장을 알리는 경고등까지 들어와 1번 엔진 동력을 차단한 채 고장 난 2번 엔진으로 착륙을 시도했다. A 씨는 착륙 시 꼬리부터 닿은 기체에서 몸을 빼내 다행히 목숨을 건졌지만 헬기는 활주로에 추락해 완전히 부서졌다.

○ 황당한 사고 잇따라도 성능 개선 안 돼

수리온 4호기의 추락 사고는 사실상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같은 해 1월(12호기)과 2월(2호기)에 비상착륙을 할 당시 원인으로 지목된 엔진 결함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계기판 결함 개선을 요청받았어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제조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후속 조치 관리에 태만했던 군 당국 등 관련 기관과 업체들이 방치했던 결과다. 4호기 추락으로 손실 194억 원이 발생했고, 석 달간 수리온 운용이 전면 중단됐다.

감사원이 16일 공개한 총 256쪽 분량의 보고서에는 이 같은 수리온의 주요 사고와 그 원인들이 상세히 담겨 있다. 2014년 8월에는 수리온 16호기가 프로펠러와 기체 상부 장치인 전선절단기가 부딪쳐 파손되면서 엔진이 정지됐다. 감사 당국자는 “프로펠러가 돌면서 헬기 몸통을 때리는 이런 황당한 경우가 어디 있느냐”라고 했다. 감사 결과 국방과학연구소가 이륙시험도 없이 지상정지 상태에서만 확인했음에도 안전하다는 KAI의 보고를 인정해 규격과 기준을 충족한다고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 감사 끝난 지 일주일 만에 양산 전격 재개 결정


수리온은 지난해 8월 양산이 중단됐다. 결빙 성능시험 101개 항목 중 29개 항목이 미달됐기 때문이다. 그 뒤 10월부터 두 달 동안 감사원의 강도 높은 감사까지 받았다. 그러나 감사원 감사가 끝난 지 일주일 만인 12월 9일 장명진 방사청장은 “기존 헬기가 노후화됐고, (양산이 중단되면) 방산업체의 인력 유지 문제가 있다”며 수리온 전력화 재개를 지시했다.

비행 중 항공기 표면이 얼면 엔진 손상으로까지 이어지는 결빙 현상은 산악지대가 많은 한국에서는 자주 일어나며, 조종사의 생명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엔진의 공기흡입구 등에는 결빙이 발생했지만 방사청은 저온환경 시험을 근거로 “겨울철 운용 문제없음”으로 국방부 등에 수리온 납품 재개를 타진하는 공문을 보냈다. “저온 환경시험은 결빙 환경과 서로 달라 결빙 성능을 입증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수리온 전력화 재개를 향해 방사청은 손대서는 안 될 규격도 국방기술품질원과 협의해 마음대로 고쳤다. 감사원 관계자는 “규격을 변경할 수 없는 안전 관련 사항을 일반사항으로 바꿨고, (성능시험) 적용 시점도 2018년 6월로 유예했다”고 전했다. 결론적으로 ‘선 전력화, 후 시험’이라는 비상식적인 방침으로 조종사들의 안전은 뒷전이 됐고, 전력화된 물량의 개선비용 약 207억 원도 고스란히 정부가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탄핵 사태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시기에 방사청이 서둘러 전력화 재개를 결정한 이유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다. 제조사와의 유착이나 외부 인사의 개입 의혹 등의 해소는 검찰 수사의 몫이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손효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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