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호 “비자금 제발 찾아서 가져가라” 국정농단 수혜-협력자였지만 법앞에선 서로 총질하며 “네 탓” 최순실 씨도 장시호 씨에 “집안 팔아먹어” 정유라, 엄마 최순실에 불리한 증언 서슴지않자 변호인단 “살모사 같다” 경악 수사협조해 풀려난 장시호 씨 사례 본뒤 두살 아들 지키려 가족에 등돌린듯
○ 최순실 패밀리의 ‘각자도생’
정 씨는 지난달 20일 2차 구속 영장이 기각되기 직전 검찰 조사를 받으며 “엄마 비자금은 장시호 언니가 숨겨 놓고 가로챘다”며 사촌 언니 장 씨를 ‘저격’했다. 최 씨 비자금을 찾고 있던 검찰은 장 씨에게 전화를 걸어 정 씨의 진술 내용을 들려주며 답변을 요구했다. 장 씨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발끈하며 “자꾸 이쪽을 걸고넘어지려 하는데, 제발 찾아서 (비자금이) 있으면 다 가져가 달라”고 답했다고 한다.
정 씨는 검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통화할 때, 옆에 장시호 언니와 최순득 이모(장 씨의 어머니)도 함께 있었다”는 진술도 했다. 장 씨와 이모도 국정 농단 사건에서 책임이 있는데, 자신과 어머니 최 씨만 집중 수사를 받게 돼 억울하다는 취지였다.
올해 2월 덴마크 올보르 구치소에서 국내 송환을 거부하며 소송을 벌이던 중에도 정 씨는 장 씨를 꾸준히 비난했다고 한다. 정 씨는 지인에게 쓴 편지에서 ‘사촌 언니(장 씨)의 행동에 모든 대통령님 지지자들께 고개를 들 낯이 없다.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돼서는 안 될 행동’이라고 적었다고 한다.
장 씨는 사촌 동생 정 씨의 공격이 껄끄러운 눈치다. 정 씨가 계속 장 씨를 물고 늘어지자, 검찰은 한때 장 씨에게 정 씨와 대질신문을 할 것을 제안했다고 한다. 하지만 장 씨는 “필요하면 돕겠지만 정 씨와 대질은 힘들다”며 거절했다고 한다.
정 씨의 튀는 언행이 당황스러운 건 장 씨뿐만이 아니다. 정 씨가 12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 재판에 ‘깜짝 출석’한 일 때문에 어머니 최 씨는 “딸과 인연을 끊겠다”고 격노했다. 최 씨는 변호인을 통해 정 씨에게 “굳이 증언을 하려거든, 내가 한 다음에 하라”며 출석을 말렸다고 한다. 최 씨 모녀의 변호인단도 “살모사(어미를 죽이는 뱀) 같다”며 경악했다. 변호인단은 정 씨의 아버지 정윤회 씨(62)를 통해 정 씨를 설득하고 있다.
○ “감방 문턱서 가족애는 사치”
법조계에서는 정 씨가 어머니 최 씨의 말을 듣지 않고, 사촌 언니 장 씨를 적극적으로 공격하고 나선 것이 ‘장시호 학습효과’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장 씨가 수사·재판에 협조하고 풀려난 과정을 지켜본 정 씨가 두 살배기 아들을 지키기 위해 가족을 배신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덴마크에서 국내로 처음 압송됐을 때만 해도 정 씨는 ‘철부지 외동딸’ 이미지를 고수했다. 자신은 어머니 최 씨가 시키는 대로 했을 뿐, 국정 농단 사건의 전말은 알지도 못하고 책임도 없다는 식이었다. 하지만 5차례 검찰 조사를 받고 2차례 자신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후 정 씨는 완전히 달라졌다. 최 씨 주변에서는 검찰이 장 씨의 사례를 들며 정 씨를 회유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정 농단 사건 재판에서 최 씨 모녀와 장 씨의 이해관계가 서로 일치하지 않는 점도 이들이 치열하게 싸우는 이유 중 하나다. 최 씨와 장 씨는 누가 주도해 삼성에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을 받았는지를 놓고 서로에게 책임을 떠밀고 있다. 정 씨는 어린 아들을 돌보기 위해 필사적으로 어머니 최 씨 등 주변 사람들에게 법적 책임을 떠넘기는 상황이다.
전주영 aimhigh@donga.com·이호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