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마신 소녀/켈리 반힐 지음·홍한별 옮김/400쪽·1만4000원·양철북
얼핏 보면 마냥 아름다운 동화 같지만 삶과 죽음의 의미,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같은 묵직한 주제가 녹아 있다. 루나가 버려진 건 우연이 아니다. ‘보호령’이라는 도시를 지배하는 장로회가 해마다 숲속에 아기를 버려야 한 해를 무사히 보낼 수 있다고 주장하며 벌인 일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주입해 장로회의 말에 순종하게 만든 것.
아직 어려 마법의 힘을 주체하지 못해 글럭을 토끼로 만들고 내디딘 발자국마다 꽃이 피어나게 하는 루나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던 잰은 결국 마법을 쓸 수 없게 루나의 능력을 일정 기간 봉인한다. 마침내 13세가 되어 마법의 봉인이 풀린 루나는, 기력이 다했지만 또다시 버려진 아기를 구하러 숲으로 가는 잰을 뒤쫓는다.
긴장감이 고조되며 마지막까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전개는 작품을 탄탄하게 떠받친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이 함께 읽어도 좋은 책이다. 읽는 이에 따라 각각 다른 재미와 의미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기에. 미국의 유명 아동문학상인 뉴베리상 2017년 수상작. 원제 ‘The girl who drank the moon’.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