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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열 “인공지능에 대한 막연한 경계심을 경계해야”

입력 | 2017-07-13 03:00:00

‘지능의 탄생’ 펴낸 예일대 이대열 교수
“인공지능 위험성 지적한 글, 마치 수박 한번도 못본 사람이 사과와 크기 비교해 묘사한 꼴”




“인공지능에 대한 ‘막연한 경계심’이야말로 무엇보다 경계할 태도다.”

바야흐로 지능 이슈의 시대다. 이대열 미국 예일대 신경과학과 석좌교수(51·사진)가 최근 펴낸 ‘지능의 탄생’(바다출판사)은 얼핏 지난해 알파고 신드롬 이후 줄줄이 출간된 지능과 인공지능 관련 책들과 대동소이해 보인다.

하지만 신경과학과 인공지능 기술의 미래 위에 어떤 암울한 심려도 얹지 않는 점에서 그의 글은 닉 보스트롬의 ‘슈퍼인텔리전스’나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와 다르다. 11일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 교수는 “인공지능의 잠재적 파괴성을 흥미롭게 묘사해 공포감을 조성하는 이야기에 강한 반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존재나 기술을 마주했을 때 두려움을 갖는 건 인간의 본능이다. 그 두려움을 극복하는 최선의 방법은 대상에 대한 올바른 정보와 지식을 확보하는 거다. 인공지능의 모델인 인간의 지능에 대한 연구와 학습이 필요한 까닭이 그것이다.”

컴퓨터공학자 미래학자 철학자 역사학자 등 다양한 영역의 석학들이 인공지능과 지능에 대한 이야기를 내놓았지만 ‘인간의 지능’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그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앞지를 위험에 대해 섣불리 쓴 글을 읽다 보면 사과만 먹어본 사람이 수박과 사과의 크기를 비교해 쓴 글을 읽는 기분이 든다”고 했다.

이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다는 바람으로 미 일리노이대 대학원에서 신경과학을 전공했다. 전문 분야는 의사결정 과정에 관한 뇌의 메커니즘. 그는 인공지능 기술이 변화시킬 인류의 미래를 낙관하는 근거로 ‘생명체의 지능이 가진 근본적 방향성’을 제시했다.

“인공지능과 인간 지능의 차이에 앞서, 인공지능과 생명체의 지능이 가진 차이를 확인해야 한다. 자기 복제를 하는 존재인 생명체가 가진 지능이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는 ‘자기 복제에 도움이 되도록’이라는 방향성이 반드시 전제된다. 어떤 뛰어난 지능도 ‘효율적 자멸’을 지향할 수 없다.”

인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이 만들어낸 도구인 인공지능의 방향성은 당연히 인간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정해지리라는 얘기다. 그는 “영화나 소설을 통해 퍼진 인공지능에 대한 비현실적 우려는 정말 중요한 눈앞의 과제를 간과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과 기계가 결합해 생명체처럼 자기 복제를 하는 영화 속 상황은 한 세기 안에는 벌어지지 않는다. 인공지능 기술이 인류에 해를 끼친다면 그건 그에 관한 지식과 기술이 소수의 전유물이 될 때일 거다. 폭넓게 공유하며 발전시켜야만 인류에 이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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