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의 날 훈장 받은 윤인경 교수 25년前 중학교 ‘가정’수업 의무화… 학부모 등 반대 넘어 가족역할 교육
윤 교수는 1983∼1986년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박사 과정을 밟으며 현지 일부 공립중학교가 남학생도 반드시 가정 수업에 참여시키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당시만 해도 한국에선 “‘바깥양반(남편)’은 바깥일, ‘안사람(아내)’은 집안일을 해야 한다”는 성역할 고정관념이 여전했기 때문이다. 가정 수업을 들은 남학생은 결혼 후 가사를 더 많이 분담하고 아내의 역할을 존중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그는 귀국 후인 1987년 제5차 교육과정의 가정 교과를 맡아 우선 교과서에 ‘양성평등’ 문구와 삽화를 넣는 작업에 착수했다. ‘의사는 남성, 간호사는 여성’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려고 흰 가운을 입은 여의사와 간호복을 입은 남성의 그림을 싣는 식이었다. 최근 대중매체가 시도하고 있는 ‘균형적인 성역할 묘사’를 30년 전 교과서에 도입한 것. 현재는 연간 1000여 명의 여성이 의사국가고시를 보지만 당시엔 여의사가 전국을 통틀어 4878명에 불과했다.
윤 교수는 ‘인구절벽’으로 표현되는 저출산 고령화 위기를 이겨내려면 초중고교 전 학년, 전 교과에서 양성평등과 부모, 가족의 역할을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단순히 가정 수업 시간에 가사를 배우는 것을 넘어 국어 및 영어 교과서의 읽기 지문에 양성평등의 가치를 담은 글을 포함시키는 식이다.
윤 교수는 “정부가 아무리 ‘아이를 낳아 달라’고 소리쳐봐야, 어렸을 때부터 행복한 가정의 가치를 내면화시키지 못하고 경쟁에 치여 자란 학생들이 선뜻 출산을 결정할 리 없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11일 제6회 ‘인구의 날’을 맞아 윤 교수에게 옥조근정훈장을, 박우성 단국대병원장 등 56명에게 포장과 대통령 및 복지부장관 표창을 수여한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