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료 할인-할증제도 개선
왕복 8차로 도로에서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로를 바꾸려던 A 씨는 옆 차로에서 직진하던 B 씨의 차량과 접촉사고를 냈다. 보험사의 사고 조사 결과 A 씨의 과실 비율은 80%, B 씨는 20%로 각각 나왔다. 이런 결과에도 불구하고 A 씨와 B 씨 모두 비슷한 자동차보험료 할증을 적용받게 됐다. 연간 63만 원의 보험료를 내던 A 씨는 갱신 후 35% 할증을 더한 85만 원이 나왔다. 사고 책임이 작은 B 씨도 34%나 할증이 붙었다.
앞으로는 이런 불합리한 일들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9월부터 교통사고 발생 시 과실 비율이 50% 미만인 피해자는 자동차보험료 할증 폭이 크게 내려가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과 보험개발원은 이런 내용이 담긴 자동차보험료 할인·할증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 올해 9월부터 적용한다고 10일 밝혔다.
과실 비율이 50%를 넘지 않는 피해자는 사고 크기를 계산할 때 가장 큰 사고 1건을 제외한다. 사고 빈도를 계산할 때도 직전 1년간 발생한 사고에서 제외한다. 직전 1년 동안 사고를 전혀 내지 않은 무사고자(직전 3년간 1건 이하)는 현행처럼 3년간 보험료가 3∼11% 할인된다.
이번 조치는 보험사들이 교통사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보험료 할증 폭을 동일하게 적용하는 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마련됐다. 보험사들은 이전까지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사고 크기나 보험 가입자들의 사고 빈도 등만 따질 뿐 과실 비율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피해자보다 가해자의 잘못이 큰데도 피해자와 가해자의 보험료 할증 폭이 똑같이 적용돼 논란이 됐다.
개선 방안이 적용된다면 사고를 일으킨 A 씨는 할인·할증등급이 올라가게 된다. 이는 기존대로 할증이 적용돼 보험료 갱신 시 35%가 할증된 금액을 내야 한다는 뜻이다. 반면 정상적으로 운행하다 사고를 당한 B 씨의 할인·할증등급은 그대로 유지되고 할증도 34%에서 10%로 낮아진다. 그만큼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된 셈이다.
올해 9월 1일부터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과실 비율을 조사해 보험료 할증 폭에도 가해자(과실 50% 이상)와 피해자(50% 미만)가 나뉜다. 올해 12월 1일 이후 갱신되는 자동차보험부터 차등된 할증 폭이 반영된다. 권순찬 금감원 보험담당 부원장보는 “개선 방안을 지난해에 적용해 보니 피해자 15만여 명의 보험료가 평균 12.2%(약 151억 원) 인하됐다. 제도 개선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