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편일률 설정 파괴 잇달아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텀블러’에 ‘당신이 알아차릴 수 있는 한국 드라마의 클리셰’라는 게시글이 해외 한국 드라마 팬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은 적이 있다. 악역으로 나오는 과거 여자 친구, 주인공의 사랑을 반대하는 재벌 집안 등 한국 드라마 특유의 설정 중 ‘매우 부유한 남자 주인공’이라는 문구가 눈길을 끈다. 설명은 이렇다. ‘재벌 출신의 남자 주인공은 성공한 의사, 사업가 등이다. 이들은 레스토랑 전체를 빌리거나, 가게의 물건을 모두 사는 데 거침이 없다.’
그러나 최근 드라마에서는 이 같은 천편일률적인 설정이 점차 파괴돼 새롭거나 비틀린 설정으로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 ‘사이다’ 여주인공의 등장
MBC ‘파수꾼’
○ 재벌 남친의 퇴장
SBS ‘피고인’
오히려 최근 재벌은 구원자로서의 남자 친구 대신 ‘피고인’의 차민호(엄기준)나 ‘보이스’의 모태구(김재욱)처럼 감정 없이 악행을 일삼는 소시오패스거나 ‘김과장’의 박명석(동하)처럼 어딘가 모자란 구석이 있는 ‘허당’ 역할로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재벌과 관련한 부정적 이슈들이 잇달아 터지면서 재벌을 판타지로 접근하는 시각이 사라지고 있다”며 “초현실적 인물들이나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완전히 현실적인 캐릭터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 신흥 악당 ‘검사장’의 급부상
SBS ‘수상한 파트너’
TV 속 엘리트 검사장들은 범죄를 처단하기보다 사리사욕을 위해 거대 권력과 결탁하거나 자신의 허물을 가리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등 시청자들이 뉴스를 통해 보는 실제 세상과 닮아 있다. 드라마의 악역이 시청자들의 분노와 사회 부조리를 반영한다는 근거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