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누름쇠)가 없거나 적은 관악기 등 오늘날과 다른 악기의 모습 외에도 눈에 띄는 모습들이 있었습니다. 비브라토(소리를 떠는 것)가 거의 없다는 사실입니다. 오늘날 바이올린을 비롯한 현악 연주자들은 거의 예외 없이 지판(손가락 판)에 댄 왼손을 앞뒤로 떨어 비브라토를 냅니다. 그러나 시대악기 연주자들은 비브라토를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샹젤리제 오케스트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베토벤 시대에는 현악기 비브라토가 거의 쓰이지 않은 것으로 본 것입니다.
그러면 언제부터 현악기 연주자들이 늘 비브라토를 쓰게 되었을까요? 여기에 대해 설명한 문헌이 많지 않고, ‘현악 연주자들은 과도한 비브라토를 자제할지어다’(레오폴트 모차르트)라는 등의 구절이 나와도 이를 어떻게 해석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립니다. 그래도 최소한 20세기 초반 구스타프 말러가 교향곡을 쓸 때에는 현악 연주자들이 왼손에 비브라토를 달고 살았다는 것이 무언의 합의였습니다.
어느 쪽의 의견이 옳을까요?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노링턴이 연주하는 말러 교향곡이 처음부터 끝까지 훌륭하게 들리지는 않지만, 중간중간 처음 들어보는 현의 신비한 음색이 귀를 즐겁게 합니다. 평범한 음악 감상자로서는 ‘골라 듣는’ 재미가 있다고 할까요.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