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 클라이번 국제피아노콩쿠르 한국인 첫 우승 선우예권씨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은 “외국 연주자들도 늦은 나이에 콩쿠르에 도전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 가운데서 한국인들이 유독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목프로덕션 제공
피아니스트 선우예권(28)은 이달 10일 폐막한 북미 최고 권위의 밴 클라이번 국제피아노콩쿠르 결선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했다.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콩쿠르를 회상하며 미소를 지었다. 지금이야 여유롭게 웃고 이야기를 나눴지만 한 달 전만 해도 그는 커다란 부담감에 시달렸다.
“콩쿠르 준비 자체가 정신적 스트레스를 많이 줘요. 주위의 응원마저도 스트레스로 다가오죠. 콩쿠르 기간에는 부모님은 물론이고 주변 지인들과의 연락도 끊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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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원학교와 서울예고, 뉴욕 줄리아드음악원 출신인 그는 16세 때부터 1년에 2번에서 4번씩 크고 작은 국제 콩쿠르에 출전해 왔다. 인터내셔널 저먼 피아노 어워드(2015년) 등 8개 대회에서 우승해 ‘콩쿠르 부자’로 불리기도 했다.
“콩쿠르에 출전한 게 단순히 경력을 쌓고 우승 특전으로 주어지는 연주 기회를 얻으려고 한 건 아니었어요. 집에서 금전적 지원 없이 독립적으로 음악 활동을 해야 하는 형편이었기 때문에 연주를 계속하려면 선택의 여지 없이 콩쿠르에 참가해야 했죠.”
음악회 때마다 매번 똑같은 옷을 입고 나오는 ‘단벌 신사’로 유명한 그는 콩쿠르를 ‘졸업’할 만한데 늦은 나이에 다시 콩쿠르에 도전한 이유에 대해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라고 답했다. “제 나태함으로 인한 오점을 남기고 싶지 않았어요. 2015년 쇼팽 콩쿠르(조성진 우승)에서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예선 탈락했어요. 이번에는 더 부지런히 일찍 준비했고 다른 때보다 5∼6배 이상 연습했죠. 그렇게 일찍 준비하면 지치지 않겠냐고 주변에서 말릴 정도였어요.”
그는 앞으로는 콩쿠르에 도전하지 않을 계획이다. “다른 콩쿠르에 비해 밴 클라이번 콩쿠르는 우승자에 대한 지원이 많아요. 미국뿐 아니라 유럽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길도 열렸어요. 충분히 노력했고 이제 후회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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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을 계기로 많은 관심을 받게 돼 연주자로서 이보다 더한 행복은 없는 것 같아요. 힘든 시간을 걸어왔지만 음악으로 위로와 치유를 받고 행복을 느껴왔어요. 그런 느낌을 여러분들과 공유하고 싶어요.”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