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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동빈 기자의 세상만車]전기차로 택시 영업 가능할까

입력 | 2017-06-29 03:00:00


1회 충전 주행거리가 350km를 넘는 2세대 전기차들이 국내에 보급되기 시작했다. 공인 주행 가능거리가 383km인 쉐보레 ‘볼트ev’를 제주도에서 직접 테스트한 결과 400km를 주행하고도 115km의 여유가 있어서 최대 500km 주행도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석동빈 기자

세계 각국에는 다양한 택시들이 있습니다. 영국 런던이나 일본처럼 택시 전용모델이 따로 나오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경제성이 높은 중형 승용차가 선택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고장이 적고 부품 수급이 쉬우며 연료소비효율(연비)도 좋아서 종합적인 ‘가성비’가 높은 차종이 채택됩니다. 그래서 택시에 선정된 차종은 기본적으로 경제성에서는 합격점을 받았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택시에 사용되는 연료의 경우는 해당 국가의 정책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습니다. 각국의 에너지·환경 정책에 따라 디젤을 금지하거나 가격 통제로 시장을 왜곡시켜 특정한 연료의 사용을 유도하기도 합니다. 택시는 일반 승용차 평균 주행거리의 10배 정도 되기 때문에 연료 사용량과 오염물질 배출이 상대적으로 많은 탓입니다.

국토교통부는 에너지의 균형적인 수급을 위해 그동안 금지해오던 경유 택시를 2015년 9월부터 허용했지만 미세먼지 이슈와 폴크스바겐의 디젤 게이트가 터지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이 잇따라 경유 택시 허용을 미뤄서 사실상 유명무실한 규제 완화가 됐습니다.

그렇다면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전기차는 택시로 얼마나 보급됐을까요. 전기 택시는 2013년 9월 대전시가 르노삼성자동차로부터 ‘SM3 Z.E.’ 3대를 기증받으면서 국내에 보급이 시작됐습니다. 현재는 제주도 100여 대, 서울 60여 대 등 180여 대가 운행되고 있으며 제주도가 올해 추가로 100대를 증차해 연말까지는 전국적으로 총 300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아직까지는 적은 숫자지만 주행거리가 350km가 넘는 2세대 전기차가 속속 등장하고 있어서 보조금 정책에 따라 전기 택시는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전기 택시로 운영되고 있는 차종은 대부분 SM3 Z.E.인데 인증받은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가 135km여서 하루 평균 주행거리가 300km에 이르는 택시로 쓰기에는 아쉬운 측면이 없지 않았습니다. 택시 운전사들에게 들어보면 실제 주행가능거리를 120km 이내로 봐야 하고 기온이 낮아 배터리의 효율이 떨어지고 히터까지 작동해야 하는 겨울에는 100km 이상 주행하기 힘들다고 합니다. 시간이 돈인 운전사 입장에서는 하루에 두 번씩 충전소를 가야 하는 불편함과 수입 감소를 감수해야 하죠.

하지만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가 350km를 넘어서는 2세대 전기차들이 나오면서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쉐보레는 최근 383km 주행이 가능한 ‘볼트ev’를 내놨습니다. 올해 400대를 수입하기로 했는데 계약 첫날 모두 판매됐습니다. 아쉽게 아직 택시로는 보급되지 않았습니다.

기자는 최근 볼트ev가 실제로 얼마나 주행이 가능한지 제주도에서 하루 동안 택시 운전사가 된 심정으로 운전을 해봤습니다. 100% 충전된 상태에서 10시간 동안 쉬지 않고 400km를 달리고도 주행가능거리가 115km 남았습니다. 전력소비효율(전비)을 높이기 위해 특별히 서행하지 않고 주변 차량의 흐름에 따랐으며 에어컨도 작동했습니다. 급가속과 과속만 하지 않는다면 누구라도 1회 충전으로 500km 주행이 가능해 보였습니다. 이 정도 성능이라면 전기차가 취약한 겨울철에도 택시의 하루 평균 주행거리인 300km 달성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볼트ev의 출력은 204마력으로 2000cc급 액화석유가스(LPG) 택시보다 40마력 정도 높고 모터의 특성상 발진 가속이 엔진보다 뛰어나서 승객들을 태우고 오르막길을 올라갈 때도 힘이 넘칩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직접 측정해본 가속시간은 7.5초로 3000cc급 중형 세단과 맞먹었습니다. 엔진 소음이 없어서 달릴 때도 쾌적하고, 배터리가 차체 바닥에 깔려 무게중심이 낮기 때문에 운전성도 좋은 편입니다.

내년에는 볼트ev와 주행가능거리가 비슷한 현대차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 ‘코나ev’와 테슬라의 ‘모델3’가 국내에 판매될 예정이어서 전기차 선택의 폭은 훨씬 넓어지게 됩니다.

최근 정부는 경유차 규제와 화력발전소 순환 정지 등 다양한 친환경 정책을 펼치려 하고 있습니다. 강력한 규제도 좋지만 전기 택시 보급에 지원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도 함께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요. 주행거리가 많은 택시가 전기차로 바뀌면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 감소 효과가 높은 것은 당연합니다. 게다가 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대중교통 수단이어서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선전 효과와 관련 산업의 육성 및 인프라 구축에도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