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끝장승부 LG-롯데전 전광판. 사진제공 | 롯데 자이언츠
롯데 덕아웃에 내려가 전광판을 바라보니 0시10분이 넘어가 있었다. 정확히 28일 오전 12시9분에야 연장 12회말 경기가 끝났다. 27일 오후 6시31분 시작했으니 총 5시간38분이 걸린 것이다. 롯데가 11-10으로 LG를 이겼다. 끝장승부의 끝판왕인 ‘엘-롯라시코’ 역사에 길이 남을 일전은 많은 기록과 기억을 남길 것이다. 그 현장의 이면들을 목격자로서 증언한다.
● 레일리의 자원등판 요청
경기 직후 만난 롯데 조원우 감독은 말할 기력조차 없는 듯했다. 그의 첫마디는 부산 사투리로 “뭐 이런 경기가 다 있나?”였다. 바로 코치진을 소집해 “28일 저녁 LG전은 자율훈련으로 진행한다”고 통보했다. 소모가 극심했건만 그래도 “말도 안 되게”라도 이겨서 안도하는 기색이었다.
그렇게 동점을 만들고, 연장 11회초 강동호를 올렸다. 롯데의 10번째 투수였다. 단일경기에 투수 10명이 등판한 것은 2010년 3월27일 LG 이후 역대 2번째 기록이었다. 그런데 강동호가 1사 후 LG 손주인의 등 위쪽 부위를 맞췄다. 헤드샷이 될 뻔한 순간이었다. 자동퇴장이 됐다면 롯데 불펜은 투수가 없었다.
조 감독은 잠깐 고민하더니 “아마 퇴장이었다면 레일리가 던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레일리는 29일 LG전 선발로 내정된 상태다. 그러나 투수가 없는 딱한 사정, 그리고 롯데의 어려운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먼저 “내가 오늘 던질 수 있다”고 자원했다. 실제로 스파이크까지 신었다.
롯데 조원우 감독, LG 양상문 감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스포츠동아DB.
● 결말까지 ‘엘-롯라시코’다웠다?
1982년 프로야구 원년부터 KBO리그에 참가한 구단인 롯데의 역대 최장경기 시간은 5시간33분이었다. 이것도 LG전(2016년 7월9일)이었다. 27~28일 1박2일 승부를 통해 기록을 돌파한 것이다. 20분만 더 했었으면 KBO 역대 기록(2009년 5월21일 LG-KIA전, 5시간58분)을 세울 수 있었다.
롯데 김문호는 경기 직후 “이겨서 기쁜데 일단 집에 가서 자고 싶다”고 말했다.
사직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