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임성훈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똥 이야기책을 꼽자면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를 빼놓을 수 없다. 1993년 국내 소개된 이래 줄곧 사랑받고 있는 독일 그림책이다. 눈 나쁜 두더지의 머리 위에 똥 싸놓고 사라진 범인을 추적하는 내용인데 연극과 뮤지컬로도 선보여 인기를 끌었다. 이와 쌍벽을 이루는 책으로 1996년 그림책으로 출간된 권정생 작가의 ‘강아지똥’이 있다. “에구 더러워” 놀림을 받은 강아지똥이 울자 미안해진 ‘소달구지에서 떨어진 흙덩이’가 위로했다. “너도 꼭 귀하게 쓰일 거야.” 봄이 오자 강아지똥은 민들레꽃을 피우는 거름이 되면서 자신도 소중한 존재임을 배운다는 얘기다.
똥 이야기에 대한 어린이들의 뜨거운 관심은 이웃나라도 마찬가지다. 일본에서 3월 발매된 초등생용 한자 학습도서(전 6권)가 200만 부 넘게 팔리며 대박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자 1개당 3개씩 소개된 예문마다 ‘똥(うんこ)’을 포함시킨 덕분이다. ‘이제 금(今)’의 경우 ‘이다음에 똥랜드에 놀러가자’로 소개하는 식이다. 한자공부를 지루해하고 어려워하던 어린이들이 눈을 반짝이는 모습에 ㉠부모들이 앞다퉈 지갑을 연 것 같다.
똥의 한자인 분(糞)은 쌀 미(米)와 다를 이(異)로 구성된다. 쌀의 다른 모습이란 의미다. 거름에서 곡식을 거쳐, 다시 밥에서 거름으로 돌아가는 끝없는 순환, 우리가 하찮고 쓸모없이 생각하는 존재의 가치를 깨닫게 한다.
동아일보 6월 13일자 고미석 논설위원 칼럼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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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모들이 앞다퉈 지갑을 연 것 같다’에서 ‘지갑을 열다’의 뜻은 무엇일까요?
①구매하다
②판매하다
③구성하다
김보민 동아이지에듀 기자 g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