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최대 명절 이드 알 피트르 맞은 이라크 모술의 두 표정
지난달 27일부터 30일간의 금식 성월(聖月) 라마단이 끝나고 3일 동안 이어지는 이슬람 최대 명절인 이드 알 피트르 첫날인 25일. 이슬람국가(IS) 격퇴 작전이 막바지에 달한 이라크 모술에서는 티그리스강을 사이에 두고 상반된 풍경이 빚어졌다. IS가 축출당한 도시 동부에서는 2014년 6월 이후 처음으로 자유로운 축제가 열린 반면, 서부 구시가지 지역 주민 5만여 명은 여전히 IS의 눈치를 살피며 축제를 제대로 열지 못했다.
정부군이 탈환한 모술 동부 도심 곳곳에선 시민들이 광장으로 몰려나와 춤을 추며 IS에서 벗어난 이후 첫 이드 알 피트르를 자축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5일 전했다. 이드 알 피트르 때는 온 가족이 첫날 아침에 모스크를 찾아 기도하고 3일 동안 축제를 벌인다. IS 치하에서는 모스크 기도만 허용되고 축제는 금지됐다.
일부 아이들은 IS가 지급한 장난감 총 등을 갖고 놀며 여전히 남아 있는 IS의 그림자를 보여줬다. IS는 아이들에게 장난감 총을 지급해 무기 사용법을 교육시키고, IS식 군사이념을 담은 교과서 교육을 강요했다. 수학 시간에는 폭탄과 총알 개수로 산수하는 법을 가르치기도 했다.
IS가 최후의 저항을 펼치고 있는 서부 구시가지는 집이 낡고 길이 좁아 이라크군의 진격이 더딘 지역이다. IS 병사 350여 명이 곳곳에 폭탄을 심고 주민들을 인간방패 삼아 이라크군의 공세를 버티고 있다. 일부 빈민촌에는 돌발적인 자살폭탄 테러로 진격을 막고 있다. 이라크군은 모술의 95% 이상이 수복된 만큼 며칠 안에 전투가 끝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명절을 맞아 IS의 수도 시리아 락까에서도 낭보가 들려왔다. 미군이 돕는 쿠르드아랍군이 25일 처음으로 락까 도심에 진입해 알 까디시야 지역을 점령한 것이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