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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파괴자 IS… 844년 된 이라크판 ‘피사의 사탑’ 폭파

입력 | 2017-06-23 03:00:00

모술서 퇴각 앞두고 유적파괴 만행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이라크 모술의 대표적 문화재인 알 누리 사원(모스크)을 폭파했다고 이라크군이 밝혔다. 12세기에 세워진 알 누리 모스크는 이라크 화폐에도 등장할 만큼 국민에게 사랑받는 문화재다. 피사의 사탑처럼 기울어져 알 누리 모스크의 상징이었던 높이 45m 첨탑도 함께 파괴됐다. 이 첨탑은 이란-이라크 전쟁(1980∼1988년) 때도 버텼으나 결국 IS의 문화재 파괴 만행에 무너져 내렸다.

21일 이라크 정부군과 알자지라방송 등에 따르면 IS는 이라크군이 모술의 주요 부분을 장악하며 압박해 오자 이 사원을 폭파했다. 이라크 정부군의 압둘아미르 야랄라 중장은 “모술의 옛 시가지(올드시티)에서 진격 중이던 정부군이 모스크 50m 앞까지 갔었는데 IS가 모스크를 폭파했다”며 “IS가 또 하나의 역사적 범죄를 저질렀다”고 비난했다. 당초 이라크 정부군은 모술을 탈환하면 알 누리 모스크에서 탈환 및 승리 기념행사를 열 계획이었다. 종교적 의미가 크고 이라크 국민에게 상징성이 강한 곳이기 때문이었다.

IS가 시리아 락까와 함께 대표 거점으로 삼은 모술이 이라크군에 넘어가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겨 후퇴 과정에서 반달리즘(예술품 및 유적 파괴 행위)을 자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 제2의 도시인 모술은 북부의 거점 도시로 시리아, 터키와 가깝고, 인근에 대형 유전이 있다. 이라크군은 지난해 하반기(7∼12월)부터 탈환을 위해 모술에 전력을 집중해 왔다.

이 사원은 IS가 2014년 6월 ‘칼리프 국가’ 수립을 선언한 장소이기도 하다. IS의 최고지도자로 최근 행방이 묘연해 사망설이 제기되고 있는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도 당시 국가 수립 행사에 참여했다.

그동안 IS는 우상 숭배와 이교도의 문화라는 이유로 모술의 여러 문화재를 파괴했다. 대표적인 기독교 유적인 ‘선지자 요나의 무덤’과 ‘성 엘리야 수도원’을 비롯해 모술 박물관에 보존돼 있던 수많은 고대 석상과 조각을 대부분 파괴했다. 또 파괴 행위를 영상이나 사진으로 알리기도 했다.

하지만 알 누리 모스크는 IS가 믿는 이슬람교의 고대 시설이며 자신들이 국가 창립 행사까지 열었던 장소라 더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많다. 이 사원 파괴로 IS가 이슬람 교리와는 상관없는 단순한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것이 입증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러한 파괴 행위는 IS가 향후 전투인력 확보와 점령지 주민의 민심을 얻는 데 악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알 누리 모스크 파괴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 목소리가 높아지자 IS는 선전매체인 아마끄통신을 통해 “미군의 공격으로 모스크가 파괴됐다”고 주장하며 책임을 떠넘겼다. 이에 대해 미군 측은 “알 누리 모스크 파괴는 IS의 잔혹성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우리는 모술 지역에 대한 공격을 당시 진행하지 않았다”고 정면 반박했다.

IS가 모술 등 점령 지역에서 전세가 악화되자 주민들의 탈출을 막기 위해 어린이들을 살해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유니세프 이라크 사무소는 IS가 최근 점령지에서 탈출하려는 가족들을 붙잡을 경우 아이들을 죽이는 방식으로 공포감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