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권 ‘가뭄과의 전쟁’ 사투
계속되는 가뭄으로 전국의 대지가 타들어가고 있다. 두 번 모내기를 해야 하는 농심(農心)도 타들어가고 있다. 강원 지역에서는 조만간 제한 급수가 시작될 것으로 예고됐다. 충남에서는 염해 피해가 확대돼 농민들이 관계당국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 강원, 물 사용량 많은 병원 등에 절수 요청
경찰의 물보급차와 살수차가 강원 영월군 남면에서 급수 지원을 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가뭄이 장기화되자 군부대와 경찰까지 급수 지원에 나서고 있다. 강원지방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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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시는 제한급수를 통해 하루 1만 t의 물을 절약함으로써 공급 가능일을 4일 정도 연장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제한급수가 실시되면 고지대 17개소 6000가구에 급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시는 비상급수차와 소방차 등을 동원해 주민 불편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강릉시는 군부대와 대학, 병원 등 월 4000t 이상의 물을 사용하는 13개소에 10% 이상 물 사용량 절감을 요청했고, 아파트에도 자체 제한급수를 당부했다. 또 상수도를 사용하는 120개 목욕탕은 주 2회 자율 휴업을 권고했고 세차장 음식점 숙박업소 등에도 절수 참여를 요청했다. 최명희 강릉시장은 “시는 생활용수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절수운동에 동참해 어려움을 같이 극복하자”고 호소했다.
강릉뿐 아니라 강원도내 곳곳의 대지가 타들어가고 있다. 21일 강원도에 따르면 도내 저수지 저수율은 42.9%로 평년에 비해 18.2%포인트 낮았다. 올 들어 강수량은 177.5mm로 평년의 52.2%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군부대와 경찰까지 급수 지원에 나서는 등 가뭄을 극복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히 펼쳐지고 있다.
○ 충남, 농민 ‘염해는 인재’ 트랙터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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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담수면적이 가장 큰 충남 예산의 예당저수지. 저수율이 8.8%로 예년의 20% 수준에 머무르자 물 위에 떠 있어야 할 낚시용 좌대가 바닥에 주저 앉아 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이에 따라 농심(農心)은 관계당국의 관리 부실에 대한 분노로 변했다. AB지구 간척지에서 벼농사를 하는 농민들은 20일 한국농어촌공사의 농업용수 관리 부실을 주장하며 트랙터 시위를 벌였다. 농민들은 트랙터 40여 대를 끌고 나와 서산시 부석면 간월교차로에서 홍성군 서부면 한국농어촌공사 천수만사업단 서산A지구 유지관리사무소까지 4km 구간을 행진했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영농 한계치 염도는 2800ppm인데, 이 지역 농업용수인 간월호 염도가 4000ppm을 넘는 것은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항의했다.
광역상수도는 정상 공급되고 있지만 일부 지역의 수압 저하와 개인 지하수의 수량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충남도 관계자는 “생활용수에 문제는 없지만 12개 시군 63곳 1199가구와 일부 마을회관 및 학교 등지에 운반 급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9개 시군 56곳에는 물병 1만8633개가 전달됐다. 보령시는 물 아껴 쓰기 실천을 위해 23일부터 국민체육센터를 단축 운영한다고 21일 밝혔다. 평일의 경우 운영시간이 오후 10시에서 오후 9시로 1시간 단축된다. 토요일은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이런 가운데 충남도의회 농업경제환경위원회 의원들과 의회 사무처, 도 공무원 등이 19일 국외연수를 떠나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도의회는 296회 정례회를 열고 “가뭄 피해가 난 충남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야 한다”는 결의문을 채택한 지 이틀 만에 네덜란드와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러시아 등 5개국 8박 10일 일정의 연수를 떠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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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모 imlee@donga.com·지명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