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우승 이끈 김승기 감독과 “KCC로 간 이정현 몫까지” 오세근
2016∼2017시즌 KGC가 통합우승을 하면서 선수-코치-감독으로 정상에 오른 ‘트리플 챔피언’ 김승기 감독(왼쪽)과 정규리그-올스타전-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를 휩쓴 ‘트리플 MVP’ 오세근. 20일 서울 청계광장을 찾은 김 감독과 오세근은 2시즌 연속 우승이라는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슈터인 (이)정현이가 떠난 건 아쉽지만 (강)병현이 형은 물론이고 전성현 등 부쩍 성장한 후배들이 그 자리를 잘 메워줄 것이라고 생각해요.”(오세근)
2016∼2017시즌 KGC를 창단 첫 통합우승으로 이끈 김승기 감독(45)은 시즌을 마친 뒤에도 한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우승 주역인 동갑내기 오세근(30)과 이정현이 나란히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기 때문이다. 둘 다 붙잡기 위해 애썼지만 샐러리 캡(팀 연봉 총액 상한제)이 걸림돌이었다. 결국 오세근은 남았고 이정현은 KCC 유니폼을 입었다.
“신인 때도 상대 팔꿈치에 가슴을 맞아 오랫동안 고생했는데 이번에도 그랬어요. 보호대를 찬 채 챔피언결정전을 뛰었고 아직도 통증이 남아 있습니다. 그래도 시리즈가 끝난 뒤 제 가슴을 때렸던 상대 선수의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에 감정은 좀 풀렸죠.”(오세근)
왼손 중지와 약지 사이가 찢어져 8바늘이나 꿰매고 가슴에 실금이 간 채 골밑을 지켰던 그는 “지난해 태어난 쌍둥이를 생각할 때마다 힘이 났다”며 웃었다. 김성기 KGC 사무국장은 “정규리그 때부터 (함성 때문에) 귀마개를 한 쌍둥이의 모습이 방송 화면에 잡히면서 어린 자녀에게 귀마개를 씌우고 경기장에 오는 팬들이 늘었다”고 웃었다.
사령탑 경력 2년 만에 통합우승을 만들어 내면서 김 감독은 국내 프로농구 최초로 선수, 코치, 감독으로 정상에 오르는 역사를 썼다. TG(현 동부) 선수였던 2002∼2003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했던 김 감독은 동부 코치였던 2007∼2008시즌에도 우승했다.
“대단한 선배들도 못 하신 일을 감히 제가 했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죠. 앞으로도 쉽게 나오기 어려울 것 같고요. 아, 오세근이 지도자가 되면 할 수 있지 않을까요.”(김 감독)
“오세근은 정말 머리가 좋아요. 지도자를 하면 크게 성공할 겁니다. 내 말이 맞지?”(김 감독)
“그건 아직 먼 얘기라…. 일단은 신인 때 달성했던 트리플 더블(득점-리바운드-도움-블록 중 3개 부문에서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것)을 또 하고 싶어요. 저 도움도 자신 있거든요.”(오세근)
“경기 전체를 보는 눈이 뛰어나 충분히 트리플 더블을 할 수 있을 거야. 이왕이면 3점슛도 팍팍 쏴. 네가 슛 감각도 좋잖아.”(김 감독)
“감독님! 3점슛은 (같은 센터 포지션인) 데이비드 사이먼이 하는 걸로 충분해요. 저까지 외곽으로 가면 골밑은 누가 지키나요.”(오세근)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