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법인택시에 자율주행기술 적용 운전자지원시스템 시범 장착
8일 서울 서대문구 지하철 2·5호선 충정로역 근처에서 최병국 씨가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을 장착한 택시를 운전하고 있다. 레이더, 카메라 같은 외부 센서로 감지한 각종 정보가 원형의 단말기(앞 유리 왼쪽 아래에 부착된 것)에 나타난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자, 이렇게 깜빡이를 안 켜고 차로를 바꾸면 경고음이 날 거예요.”
8일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로에서 시속 약 60km로 택시를 운전하며 최병국 씨(66)가 앞 유리 왼쪽 아래에 붙은 단말기를 가리켰다. 도로가 한산한 틈을 타 차로를 옮기자 날카로운 ‘삐빅’ 소리와 함께 단말기 오른쪽에서 직선 모양의 빛이 깜박였다. 단말기는 지름 5cm가량의 원형으로 스마트워치처럼 생겼다. 최 씨는 “밤에는 잠깐 졸음운전을 하다 무심코 차로를 이탈할 뻔할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경고를 해준다”고 말했다.
최 씨의 차는 서울시가 지난달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을 장착한 법인택시 52대 중 한 대. ADAS는 자율주행기술을 적용했지만 그렇다고 자동으로 운전을 해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운전자가 편안하고 안전하게 운전하도록 도우면서 주행정보를 수집한다. 구입 및 설치 비용 약 6000만 원은 서울시와 차세대 교통신호운영체계 구축 사업을 진행하는 LG유플러스가 부담했다.
기자는 이날 오후 3시경 서울 중구 정동제일교회 앞을 출발해 영등포구 영등포구청 인근까지 택시를 같이 타고 가면서 ADAS의 다양한 기능을 시험해봤다. 출발한 지 1분, 서울시립미술관 옆 이면도로에 주·정차된 차량 뒤에서 갑자기 사람이 나와 무단횡단을 하자 보행자 충돌 경고가 울렸다.
ADAS 단말기. 두 사선은 양쪽 차선을 표시하고 녹색의 차 모양은 앞차와의 거리가 안전하다는 의미다. 숫자 18은 시속 18km로 달리고 있다는 뜻이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단말기에 가장 크게 나타나는 숫자는 앞차와의 거리다. 내 차와 앞차의 속도를 함께 인식해 ‘이대로 가다간 2.7초 뒤에 충돌할 것’으로 예측한 순간 경보음을 울린다. 교통이 복잡한 서소문로에서 1t 냉동트럭 뒤에 바짝 붙어 시속 약 30km로 운전해봤다. ‘1.2m’라는 숫자까지는 녹색으로 떴지만, 조금 더 거리가 좁혀지자 ‘삐빅’ 소리와 함께 화면에 빨간색 차 모양 그림과 ‘0.8m’라는 숫자가 떴다.
시속 60km 제한구역인 마포대교 위에서는 속도제한 경고가 울렸다. 지도에 미리 제한속도를 입력해 놓고 경고하는 일반 내비게이션과 달리 ADAS는 카메라로 도로의 표지판을 그때그때 읽는다. 교통정책이 바뀔 때마다 도로 정보를 업데이트할 필요가 없다.
서울시가 ADAS를 법인택시에 적용한 이유는 운행 데이터가 풍부해서다. 서울시 교통운영과 이용현 주무관은 “2교대로 운행하는 법인택시는 하루 운행거리가 개인택시의 두 배가량인 약 400km”라고 말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15년 서울에서 발생한 전체 교통사고의 7%는 법인택시가 일으켰다.
시는 사고를 줄이면 현재 택시 한 대당 최저 200만 원에서 최고 1000만 원 가까이 되는 보험료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 향후 민간 차량도 ADAS를 장착하도록 유도할 생각이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