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범수. 사진제공|셀트리온 엔터테인먼트
■ 아빠, 배우, 소속사 대표, 영화 제작자 ‘1인4역’…이범수의 새 도전
이범수(47)는 요즘 자다가 “벌떡 깨” 집안을 서성인다. 수면시간은 고작해야 4시간 남짓. 마치 “수능시험을 앞둔 고3 수험생이 된 것”처럼 불안하고 떨려 잠이 오지 않는다고 했다.
이범수는 한 가정의 가장, 배우, 엔터테인인먼트사의 대표, 영화제작자 등 1인4역 중이다. 그는 올해 초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대표로 임명됐다. 영화 제작 및 매니지먼트 부문을 책임진다. 그 첫 작품으로 120억원을 투자한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 제작자 대표로 나서게 됐다. 영화에서 주연도 맡았다.
“이범수가 영화를?” “어디 잘 하나 보자”라는 주위의 호기심 어린 시선이 그의 어깨를 짓누른다. 그는 영화 촬영장인 경남 합천과 서울을 매일 4시간씩 오간다. 자신의 촬영 분량이 없어도 촬영장에 나가 스태프 및 배우들과 함께 한다. 몸이 열두 개도 모자라다보니 두 아이와 함께 출연하던 KBS 2TV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도 1년 만인 5월 초 하차하게 됐다.
부담이 어깨를 짓눌러도 마냥 싫지만은 않은 듯 보였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던가. 자신이 정해놓은 목표가 있기에 “어쩌면 잘 할 수도 있겠다. 해볼 만하다”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영화가 잘 되지 않으면 ‘배우가 무슨 제작을 하느냐’는 비판이 당연히 있을 것이다. 그건 건강한 비판일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시샘과 질투일 수도 있다. 결과가 말해줄 거다. 만약 첫 영화가 성과를 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배우로서나 제작자로서, 그리고 엔터테인먼트 대표로서 고민하고 노력하고 또 도전했던 것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니까 만족한다.”
배우 이범수. 사진제공|셀트리온 엔터테인먼트
이범수는 이처럼 바빠지면서 딸 소은과 아들 다을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출연 중에는 아무리 바빠도 촬영을 위해 2주일에 3일씩 아이들과 시간을 보냈지만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시간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솔직히 출연을 결심하기까지 굉장히 고민이 많았다. 연예인 가족의 숙명이라고 해도 아이들이 노출된다는 점에서 부담스러웠다. 또 아이들을 앞세워 뭔가를 한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물해줄 수 있다는 장점을 보게 됐다. 출연 전에는 무엇을 하고 어딜 가든 엄마와만 함께 했다면 이제는 아빠도 생각해주더라. 하하!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생각하게 됐고, 나 자신도 달라진 걸 느낄 수 있다.”
더 두터워진 가족애는 자신을 지탱하게 하는 가장 큰 힘이다. 밤늦게 집에 가서 두 아이를 보는 재미,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통해 달라진 작은 일상이 그를 채찍질한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