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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막힌 한류 콘텐츠 시장, 유럽-北美로 다변화

입력 | 2017-06-16 03:00:00

한한령 1년… 위기를 기회로 바꾼 新한류 영토 개척




한한령으로 중국 시장 내 한류 열풍이 시들한 가운데 북미와 유럽 등 신한류시장 개척 움직임이 활발하다. 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할배’는 이탈리아판 ‘더 늦기 전에’로 변신했고 SBS ‘판타스틱 듀오’는 스페인 지상파 버전(두번째 사진)으로 방송돼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사진 출처 RaiTV, TVE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에 따른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이 문화계를 휩쓴 지 1년. 한국 콘텐츠의 최대 시장 중국 진출에는 1년째 적신호가 켜졌지만 한한령이 오히려 북미와 유럽 시장 등 새로운 한류 영토를 발굴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둔 비결이 도대체 뭡니까?”

SBS 글로벌제작사업팀 김일중 매니저는 유럽 업체와의 미팅 때 이런 얘기를 자주 듣는다. 클로벌 콘텐츠 기업들에는 엄청난 기회의 시장인 중국에서 거둔 한류 콘텐츠의 성공이 부러움과 벤치마킹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SBS는 ‘런닝맨’ 등으로 중국 시장에서 얻은 주목을 발판 삼아 스페인 지상파 방송 TVE에 예능프로그램 ‘판타스틱 듀오’의 포맷을 판매했다. 스페인판 ‘판타스틱 듀오’는 이달 7일 시청률 10.3%를 기록했다. TVE의 동시간대 평균 시청률 대비 3분의 1 증가한 ‘대박’ 시청률을 내면서 시즌2 수출에 대한 논의도 진행 중이다.

미국에 먼저 수출된 tvN ‘꽃보다 할배’ 역시 이탈리아와 터키에도 포맷이 수출됐다. 이탈리아판은 ‘더 늦기 전에’, 터키판은 ‘나의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제목으로 각각 바뀌어 현지 시청자들을 찾는다. 김 매니저는 “음악, 가족, 여행 등 인류 보편적인 주제를 다룬 예능 포맷들은 드라마 완성작에 비해 정서적 장벽이 낮다 보니 동아시아권을 넘어 북미와 유럽에서도 확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한류 드라마=로맨틱 코미디’라는 공식도 깨지고 있다. OCN의 상반기 흥행 드라마 ‘보이스’는 장르물의 본고장 북미 지역과 프랑스, 벨기에, 스위스 등 유럽 지역과 싱가포르, 대만,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 판매됐다. OCN의 시청률 신기록을 세운 ‘터널’ 역시 미주 지역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에 판매가 완료됐다.

장르 드라마의 수출은 기존 한류 드라마의 성공과는 사뭇 다른 현상이다. 한류 드라마는 그동안 로맨틱 코미디 위주의 장르에 한류 스타를 주인공으로 주로 중국과 동남아 시장으로 수출됐다. 이 때문에 수사·범죄 장르물의 본고장인 북미, 유럽 지역으로의 수출은 한국 드라마의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한류스타가 출연하지는 않았지만 잘 짜인 스토리라인과 배우들의 연기 조합이 이뤄낸 성과다.


매년 4월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 콘텐츠 마켓 밉티비(MIPTV) 판매 성과를 보면 ‘한류 포트폴리오’의 다양화가 두드러진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4월 밉티비 판매 실적은 한한령에도 총 3769만 달러로 지난해보다 15.5% 증가했을 뿐 아니라 수출 지역도 다양해졌다. 중국·홍콩 시장의 비중이 줄어든 대신에 지난 2년간 5%대였던 유럽 시장의 비중이 올해 13%로 성장했다. 드라마 완성작에 편중됐던 수출 비중이 줄고 예능 프로그램 판매와 포맷 판매 비중도 증가했다.

한한령 장기화에 대비해 새로운 시장에 대한 전략을 적극 세워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CJ E&M 서장호 글로벌콘텐츠사업국장은 “기존 팬이 많고 한류에 대한 이해가 큰 일본과 동남아 시장을 위한 마케팅 패키지 개발과 함께 터키나 인도 등 주변 시장에 영향력이 큰 거점 시장에 대한 새로운 시도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각 시장의 특성에 맞는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