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금융권 가계대출 10조 늘어… 은행권 증가액의 30%가 집단대출 정부, 집단대출에 DTI 적용 검토… 다주택-고가주택 투기 수요 차단 분양시장 실수요자 중심 재편 기대, “실수요자 내집 기회 위축” 우려도
지난달 국내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액이 10조 원으로 올해 들어 최대를 기록했다. 올 초 주춤했던 가계부채 증가세가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인한 투자심리와 이사철 수요 등의 영향을 받아 다시 고개를 든 것이다.
특히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의 상당 부분은 집단대출이었다. 최근 몇 년간 아파트 분양이 대량으로 이뤄져 집단대출은 당분간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정부가 다음 주 발표할 부동산종합대책에서 집단대출에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적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 가계부채 증가세 올 들어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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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는 지난달 국내 금융권 가계대출이 10조 원 증가했다고 14일 밝혔다. 월별로는 올 들어 최대 규모다. 다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16.0% 감소했다. 이는 은행과 상호금융 보험 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회사 등 제1, 2금융권의 가계대출 속보치를 취합한 것이다.
은행권에서는 지난달 가계대출이 6조3000억 원 증가했다. 이 중 60.3%인 3조8000억 원이 주택담보대출이었고, 주택담보대출 중 2조 원은 집단대출이었다. 새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심리로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자 매수세가 몰렸고, 지난해 승인된 집단대출의 중도금 대출 등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은행권 집단대출의 증가세가 눈에 띈다. 올 1월과 2월에 각각 3000억 원에서 3월 1조 원, 4월 1조4000억 원, 5월 2조 원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에서 집단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3월 38.5%, 4월 42.4%, 5월 52.6%로 증가했다.
○ 정부, 집단대출에 DTI 적용 검토
부동산114에 따르면 3분기(7∼9월) 서울에서만 2만1247채의 분양이 예정돼 있다. 지난해 3분기(6550채)의 3배가 넘는 물량이다. 분양시장이 과열될 우려가 있자 금융당국은 집단대출에 DTI를 적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강조한 투기 수요를 잡기 위한 ‘선별적 대응’의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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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금대출에 DTI가 적용되면 분양시장은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으로 개편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서울 강남 송파 서초 강동구 등 ‘강남 4구’와 경기 과천 지역 등 입주 시점(잔금대출이 일어나는 시점) 전까지 분양권 거래가 불가능한 지역은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다. 현재 정부가 내놓을 부동산 대책 중 하나로 거론되는 청약조정 대상 지역의 전매제한 기간을 늘리는 방안이 함께 적용된다면 투기 억제 효과는 증대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다만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기회가 위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저소득층이나 소득이 불안정한 개인사업자 등이 청약 시장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정책실장은 “대학생들도 2000만 원만 있으면 아파트 청약을 받아 프리미엄 거래를 할 수 있는 게 현실”이라며 “집단대출에 DTI를 적용해 투기적 요소를 제거하되 서민의 주거환경 보완장치도 함께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